의약산업 푸대접은 미래성장산업 질식시키는 것
채찍 중심에서 당근 정책으로 전환해야
[이데일리 류성 벤처중기부장] 한국경제의 미래를 이끌어갈 구원투수는 누가 될 것인가. 최근 한국경제 성장을 견인해온 쌍두마차인 자동차와 스마트폰 산업이 한계를 보이면서 ‘한국경제호’가 휘청거리고 있다. 이에 앞서 수출 한국 선봉장이던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도 예외없이 조연으로 밀려났다.채찍 중심에서 당근 정책으로 전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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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 우리에게는 아직 여러 ‘히든 카드’가 있다. 이 카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한국경제의 미래 또한 크게 달라질 것이다. 대표 카드가 국내 의약산업이다. 의약산업을 핵심 미래성장동력으로 키워낸다면 현재 간판산업인 자동차와 스마트폰 산업을 합한 것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실제 시장규모를 봐도 그렇다. 세계 의약시장은 지난해 기준 1200조원(IMS 보고서)에 달해 자동차(600조원)와 스마트폰(400조원)을 더한 것보다 더 크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2019년까지 중국 포함 아시아 시장 연평균 성장률이 1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돼 그야말로 ‘노다지’ 산업이다.
우리 의약산업이 갖추고 있는 세계적 의약 관련 기술 및 인프라도 국내 의약산업의 미래 성장성을 밝게 해준다. 특히 국내 업계가 자랑하는 세계적 수준의 글로벌 임상시험 노하우와 기술, IT, 바이오 산업 등을 감안하면 국내 의약산업은 이미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래 주역으로 대우받아야 할 의약산업은 여전히 ‘찬밥 신세’다. 특히 정부의 의약업에 대한 정책기조는 ‘지원이 아닌 규제와 감시’다. 대표적 정책이 의약 리베이트 규제다. 리베이트는 거래 시 한쪽이 지급해야 할 금액 일부를 거래 상대방에게 환급하거나 각종 이익형태로 제공하는 행위다.
의약업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정책이 대세이다 보니 의약업계의 자부심과 도전정신은 희미해지고 있다. 의약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 또한 곱지 못한 결과를 낳고 있다. 정부의 의약산업 지원도 푸대접 일색이다. 실제 지난 2013년 정부가 책정한 제약산업 연구개발 예산은 2503억원에 불과했다. 그것도 전년보다 8%가량 줄어든 수치다. 신약 하나 개발하려면 빨라야 5년가량 소요되는 의약업 특성상 어느 산업보다도 막대한 R&D 투자와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 결과 세계 의약시장에서 국내 제약사의 모습은 찾기 힘들다. 지난해 유한양행이 국내 제약업계에서 유일하게 매출 1조원을 가까스로 돌파했다. 그마저도 70% 이상은 다국적 제약사들의 약품을 대신 팔아 올린 것이다. 세계 50대 제약사 리스트에서도 한국 제약사 이름은 전무하다. 미국(18개), 일본(9개), 스위스(5개) 등이 세계 제약산업을 주름잡고 있다. 심지어 우리보다 경제수준이 낮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등도 세계 50대 제약사 리스트에 각각 1개 업체씩 올려놓고 있다.
바야흐로 세계 의약강국 미국, 일본은 리베이트 규제를 엄격히 시행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의약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지원으로 국가전략을 전면수정하고 있다. 리베이트 규제는 소비자 권익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유지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채찍’ 일변도의 정부 정책만으로는 ‘의약 강국’의 꿈은 언감생심이다. 이제는 정부가 의약산업에 채찍 못지않은 ‘당근’을 내놓으며 적극 지원에 나설 때다. 의약산업은 더 이상 감시의 대상이 아닌 ‘한국경제의 구원투수’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