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이노베이션 60점 수준 … 이제 시작 단계"

이정희 유한양행사장 자평
기술수출 실적 3.5兆 성과

입력: 2019-09-04 18:20

"오픈이노베이션 60점 수준 … 이제 시작 단계"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사진)이 평가한 자사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점수는 60점대다. 나머지 40점을 채울 '총알'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이는 숫자다. 
 
이정희 사장은 지난 3일 '2019 한국제약바이오산업 채용박람회' 에서 기자와 만나 유한양행의 오픈이노베이션 구상에 대해 이 같이 자평했다. 이날 유한양행 부스를 둘러보던 이 사장은 자사 오픈이노베이션을 점수화한다면 몇점을 받을 수 있을지를 묻자 "지금은 100점 만점에 60점 정도까지는 왔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70점도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장은 "유한양행의 오픈이노베이션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면서 "그런 만큼, 올해 몇점까지 갈 수 있을지도 해 봐야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제약업계 1위 유한양행은 이정희 사장이 제21대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2015년 이후, 바이오벤처 투자를 통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그 성과가 대규모 기술수출로 이어지면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까지 약 3조5000억원의 기술수출 실적을 냈고, 이 중 75%인 2조6000억원이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거둬들인 성과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비소세포폐암 신약 후보물질인 레이저티닙으로 얀센바이오와 총 12억5500만달러(1조4000억원)에 달하는 기술수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레이저티닙은 이 회사가 국내 바이오기업인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인 제노스코에서 10억원의 계약금을 지불하고 도입한 신약후보 물질이다. 

같은 해 7월에는 미국 스파인바이오파마에 퇴행성디스크질환 신약물질인 'YH14618'을 총 2억1815만달러(약 2442억원) 규모로 기술수출 했다. YH14618은 2009년 국내 바이오 기업 엔솔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공동 개발한 물질이다. 

올해 6월에는 'YH25724'를 베링거인겔하임에 약 1조53억원(8억7000만달러) 규모로 계약을 체결했다. YH25724는 유한양행이 자체 개발한 NASH(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신약 후보물질에 제넥신의 약효지속 기술(HyFc, 하이브리드에프씨)을 접목해 개발한 것이다. HyFc는 유한양행이 330억원을 투자해 사용권을 확보한 기술이다. 

자체 개발 NASH(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신약 후보물질의 경우, 올해 1월 개발초기 단계에서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에 총 7억8500만달러(약 8800억원)에 기술수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장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이러한 기술수출 성과 덕분에 유한양행의 오픈이노베이션은 글로벌 진출을 꾀하는 국내 제약업체들에 롤모델로 여겨지지만, 이 사장은 여기에 60점이라는 야박한 점수를 줬다. 이는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오픈이노베이션 투자 행보에 더 가속페달을 밟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유한양행이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바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5~2019년 현재까지 집행한 투자금액은 약 2000억원이며, 이 중 약 900억원이 바이오벤처들과의 주요 협업에 투입됐다.

현재 유한양행과 미국의 소렌토가 합작해 만든 이뮨온시아가 면역항암제(IMC-001)를 개발 중이며, 유한양행이 지분투자 한 네오이뮨테크는 제넥신의 미국 파트너사로 면역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임기를 1년 6개월 앞둔 이정희 사장이 유한양행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사장의 임기는 2021년 3월까지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