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1조원 신약 나오려면 全 분야 협업 중요"

  • 입력 2019.11.06 10:17

[헬스 톡톡]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제약·바이오 산업, 미래 성장 가능성 기대
약값 인하 규제, 제약회사 발전 가로 막아

대통령 직속 콘트롤타워나 합동팀 필요
안전성·혁신 이루려면 기업 간 연계해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회장이 서울 방배동 집무실에서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현주소와 당면 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회장이 서울 방배동 집무실에서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현주소와 당면 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정부는 지난 5월 연간 4조원 이상을 투자해 제약·바이오 산업을 비메모리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3대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신약 기술 수출은 전년 대비 4배 증가한 5조3000억원을 기록했고, 의약품과 의료기기 등 수출도 전년 대비 19% 증가하는 등 성장세가 돋보인다. 그러나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경쟁을 뚫고 '제2의 반도체 신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회장을 만나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현주소와 당면 과제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원희목 회장은 의약품정책연구소 이사장, 대한약사회 회장, 18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 등을 거쳐 2017년 3월 취임했다.

―제약·바이오가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꼽힌 이유는?

질병 퇴치에서 생명 연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미래 성장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없어 지식 집약적 산업이 발달했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기술과 병원 시스템, 의·약학 분야 우수 인재 등 인프라가 좋다. 성공 확률이 높고, 고용 효과가 크며, 국민 건강에도 이바지 하는 분야다.

―현재 우리 상황은 어떤가?

국내 제약시장 규모가 20조원이다. 상위 제약사들이 연 매출 1조원을 넘기느냐, 마느냐 하고 있다. 단일 의약품으로 연 매출 1조원 이상을 올릴 국산 블록버스터 신약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의약품인 미국 애브비의 자가면역치료제 휴미라의 연 매출이 약 23조원 규모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야 할 이유다. 그런데 우리 제약·바이오 산업은 늦었다. 정부가 반도체, 철강, 조선, 자동차 산업을 키웠듯이 좀 더 일찍 중점 육성 했다면 전체 수출액의 40%가 제약에서 발생하는 벨기에처럼 성공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는 이제 막 태동하는 단계다. 실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다가 해외 기술 이전 계약이 해지되고 안전성 논란으로 신약이 퇴출 되는 등 성장통도 겪고 있다.

―무엇이 성장을 가로 막고 있나?

국가 주력산업으로 키운다면서도 건강보험 재정을 이유로 약값을 깎는 등 규제가 여전하다. 기업의 연구개발을 말리는 꼴이다. 몇몇 제약사는 글로벌 진출을 위해 매출의 20%를 쓰는 등 상당히 어려운 확률 게임을 하고 있다. 물론 의약품은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사회적 제품이기에 태생적으로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규제가 많으면 성장이 어렵다. 지금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다. 정부가 제약산업 육성을 결정했다면 민관산학연이 어우러지도록 주도하는 큰 리더십이 필요하다. 지금은 부처간에 이 단계는 내 것, 이 부분은 네 것 등 갈등이 여전한데 대통령 직속 콘트롤타워 또는 범부처 합동 특별팀이 필요하다.

―관련 업계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의약품은 참 어려운 비즈니스다. 상업성을 추구하면서, 안전성을 기본 철학에 둬야 한다. 위험 관리를 잘못하면 사회적으로 누가 될 수 있다. 약은 항상 양날의 칼이다. 부작용보다 작용이 훨씬 커서 약을 쓰는 건데, 부작용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안 된다.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다. 기존 전통 제약사들은 안전성 문제에 경험이 많고 잘 단련돼 있다. 앞으로 치고 나가는 동력은 좀 떨어지는 편이다. 반면 벤처와 스타트업 등 신생 기업들은 새로운 도전에 강하지만 내공이 부족하다. 의약품 안전성을 추구하면서 혁신을 이루려면 여러 기업이 잘 연결되는 오픈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 스스로 모든 걸 다 하기 어렵다. 기초과학 연구자들이 생성한 물질을, 의약품 생산에 전문적인 기업이 제품화 하고, 인허가와 사업화 전문가들이 뒤를 잇는 등 협업이 중요하다.

―신약 개발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데?

제약바이오는 자동차나 반도체와 다르다. 한 회사가 한 제품으로 대박을 터뜨리는 산업이 아니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수많은 질병에 약이 수만가지다. 매출 1위 제약사가 우리나라 의약품을 모두 담당할 수 없다. 신약 개발이 중요하지만 복제약 즉, 제네릭도 빼놓을 수 없다. 제약사들이 이윤이 남지 않아 판매를 포기한다면 기본적인 의약품까지 모두 외국 제약사에 의존해야 한다. 제네릭만 개발하는 회사도 지난 몇 년간 답보한 게 아니다. 이 분야도 글로벌 수준에 상당히 올라갔다. 신약은 신약대로, 제네릭은 제네릭대로 각기 더 자신있는 분야로 나가야 한다. 신약이 대박은 터뜨릴 수 있겠지만 나머지도 함께 올라서야 미래 국가 동력이 될 수 있다. 특정 분야가 아니라 제약바이오 산업군 전체를 함께 성장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05/201911050217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