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직원 첫 협회 파견, 좋은 선례 남기려 책임감 느껴"
[인터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김동섭 PL
"협회-회원사간 시너지 위해 파견 근무…넓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
김창원기자 Kimcw@medipana.com2020-05-25 06:06
[메디파나뉴스 = 김창원 기자]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올해 초 조직력 강화를 내세우며 인재 확보에 나선다고 밝혔다. 당시 주목됐던 것은 협회가 신규 인력 채용과 함께 회원사로부터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파견하도록 해 협회 글로벌팀과 함께 제약·바이오기업들의 해외 진출과 혁신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던 부분이다.
협회와 회원사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혁신을 도모하기 위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의 일환으로 회원사 직원을 협회로 파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메디파나뉴스는 그 첫 사례로 협회에서 파견 근무 중인 일동제약 김동섭 차장을 만나 파견 근무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그간의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 윤웅섭 대표의 결단…현장 목소리 실질적 반영 노력
김동섭 차장이 협회로 파견을 온 것은 일동제약 윤웅섭 대표가 큰 결단을 내렸기에 가능했다.
회원사와 간격을 좁히고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한 협회 원희목 회장의 취지에 협회에서 글로벌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 대표가 화답, 산업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업무가 정부 및 대관, 회원사를 대상으로 하는 회무에 반영될 수 있게 자사 직원의 협회 파견을 결정했던 것이다.
말단 직원도 아닌 차장급의 인력을 1년 가까운 기간 동안 협회에 파견을 보내는 것은 급여 지출에 대한 부담은 차치하더라도 인력 공백으로 인한 업무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데, 이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결정을 내린 셈이다.
윤 대표의 결정에 따라 김동섭 차장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글로벌팀 PL(프로젝트 리더)로서 지난 2월 17일부터 업무를 수행 중으로, 내년 1월 31일까지 1년 가까운 기간 동안 협회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김동섭 차장의 파견은 협회 차원에서 회원사의 목소리를 듣고 실무에 반영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장 실무자를 회무에 직접 참여하도록 하면서 제약·바이오산업이 실질적인 성과를 통해 발전 가능한 방향을 정립하겠다는 의미도 있다.
회원사 직원을 협회에 파견하는 첫 사례인 만큼 협회와 회원사의 시너지가 어떻게 나타날지 기대가 뒤따르고 있고, 향후 이 같은 회원사 파견을 확대할 방침까지 세우고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 김동섭 PL은 "이직이 아니라 일동제약에서 직원 한 명을 파견하는 것이다 보니 책임감과 부담감이 상당했다"면서 "첫 사례다 보니 좋은 선례를 남겨야 한다는 부분에 있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 협회 근무 3개월…해외 진출 기회 만들기 총력
김동섭 PL이 속한 협회 글로벌팀은 기존 수출 지원 및 국제기구·국가 단체와의 국제 협력 사업에서 회원사의 글로벌 진출을 선도하는 역할까지 업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은 물론 바이오 전문인력 양성, 기술기반의약품(Technology Based Medicine, TBM) 글로벌 진출 지원, 미국 퍼스트제네릭 진출, 현지화(Localization) 등을 올해 핵심과제로 선정하고, 기존에 정부와 기업의 연결고리 역할에 더해 회원사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선도하는 역할로 확장하고 있는 것.
이 가운데 김동섭 PL은 지난 3개월여 동안 기술기반의약품 진출 지원 관련 업무와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김 PL은 구체적으로 기술기반의약품과 관련해 태국 등과 협의가 진행 중으로, 개별 기업이 아닌 협회의 이름으로 다가갔을 때 상대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개량신약이나 수퍼제네릭 등과 유사하지만 다른 부분이 있는 새로운 개념인 만큼 일반 기업에서 담당자가 얘기하면 이상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부분인데, 협회라는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우리나라의 사례를 소개하니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했다는 것.
글로벌 사업에 있어서는 미국 보스톤 캠브리지이노베이션센터(CIC) 입주와 메사추세츠공대 산·학 협력프로그램(MIT ILP) 가입에 대한 참가 회원사 모집을 마쳤다. 해당 기업들은 올해 안에 입주 및 가입을 완료할 예정으로, CIC 입주와 관련해서는 협회에서 확보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법률·투자·임상 등 6개 분야 자문단을 구성하고 지난 19~20일 입주 예정을 위한 온라인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했다.
영국에서도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GOI)를 위해 메드시티, 캠브리지 의과대학 밀너 연구소와 이미 협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특정 주제에 대한 온라인 세미나를 염두에 두고 있다. 밀너와는 MIT ILP와 같이 협회를 중심으로 한국 기업들의 컨소시엄 형태 가입을 협의하고 있다.
이밖에도 독일과 벨기에 등 유럽 바이오클러스터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한국 제약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김동섭 PL은 "현재 태국과는 온라인 이벤트 등을 준비하는 등 이미 진행되는 부분도 있다"면서 "이전에 알지 못했던 신기하고 재미있는 부분도 있고 동시에 보람도 느끼고 있다"며 소감을 전했다.
♦︎ 부담 느끼지만 전체 산업 보는 시야 넓힐 수 있을 것
김동섭 PL이 협회에서 근무하며 조금씩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그러한 이면에는 적지 않은 부담감이 뒤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제약사 직원이 협회로 파견 나온 첫 사례이기 때문에 선례로 남을 수도 있다는 부분도 있지만, 단순히 협회의 일손을 거드는 것이 아닌 파견 직원으로서 협회 업무에 업계의 전반적인 현실을 균형 있게 반영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일동제약에서 담당하던 업무가 세세한 부분에 대한 것이었다면, 협회에서는 국내 제약산업 상황을 전반적으로 파악해 이를 상대 국가의 정부나 기관 등과 협의하는, 넓고 높은 시각에서 업무를 진행해야 해 업무 자체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선진국들의 선진화된 기술과 시장 등을 파악해 한국 기업들에게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하는 업무들 역시 생소한 부분이다.
이에 대해 김동섭 PL은 "많은 경험이나 경력을 가진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생소한 부분이 많았다. 하나씩 공부하면서 진행하고 있고, 공부에서 못한 것은 없계에 있는 분들의 의견을 구하고 있다"면서 "그런 게 협회에서 바라는, 현업 인력이 와서 해줘야 할 일이라 생각하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PL은 이 같은 일들을 통해 한층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선진 시장의 생태계와 현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접할 수 있어 산업 전반에 걸친 지식과 경험을 축적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신의 시야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변화를 향후 일동제약에 복귀한 이후에도 현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으며, 복귀 이후 기존 업무분야인 글로벌 수출에서 업무 진척을 위해 어떤 플랫폼을 구축하고 필요 시 민관 협력의 방향성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업무 난제를 풀 수 있는 힘을 배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PL은 "일동에서는 카운터파트너도 기업인 경우가 많고, 회사나 제품, 상황, 환경 등을 분석해서 진행하던 사업이었다면, 여기서는 좀 더 넓고 높은 시각에서, 한국제약업계 전반에 대해 이해하고 정보를 수집해 상대 정부기관이나 협회 등과 협의하는 부분에 있어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자연히 그런 업무를 하며 정보를 접하게 되고 여러 측면을 고려하게 돼, 이전에 일도에서보다 더 넓고 높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나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는 법을 토대로, 복귀한 이후에도 새로운 사업을 할 때 협회에서 하고 있는 일들과 연결해 우리도 해보자고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 "여기서 만났던 분들의 자문을 구해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거나 할 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지금 협회에서 하는 일들이 충분히 새롭고 재미있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다"면서 "일동제약에 복귀하고 나서도 협회와 관련된 상황들에 계속 관심을 갖고, 좋은 결과가 나오면 뿌듯할 것 같다"며 협회의 업무에 애정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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