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로터리] 2001/03/06

현대사회가 고령화ㆍ고소득화되면서 모든 사람들의 가장 큰 소망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는 것이다. 그러나 불로초를 찾아 헤매던 진시황제도 46세를 넘기지 못했다고 하니 인간의 무병장수는 요원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현대과학에 의하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천수는 125세라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천수를 제대로 누리고 있는가. 21세기 들어 최첨단 생명공학을 의약기술에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활발해지면서 삶의 질 향상은 물론 무병장수의 꿈이 실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흔히 생명의약 산업이라 하면 단순히 약을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기본정신은 생명존중이란 엄숙한 사명에서 시작되고 있다.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를 제거하고 생명유지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물질을 서비스하는 산업이 생명의약 산업이다.

따라서 의약품을 만드는 노하우보다 한 차원 높은 '왜 그것을 만들어야 하는지'하는 책임의식을 분명히 함으로써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닫고 실천하는 생명윤리가 강조돼야 한다.

생명의약 산업은 첨단 생명과학, 정밀화학기술이 결합돼 있는 지식집약형 산업으로 선진국에서는 국가전략 사업으로 선정, 집중 육성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유망산업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관련업계는 안타깝게도 규모가 영세하고 저수익성, 빈약한 연구개발 투자력, 미래 비전산업으로서의 인식과 지원미흡 등으로 발전속도가 늦어지고 있다.

생명의약 산업은 부존자원이 부족하지만 잘 훈련된 인적자원이 풍부한 우리나라의 경우 장기적으로 세계적 기업과 경쟁이 가능한 산업이다. 이미 일부 국내기업들은 선진 다국적 제약기업에 좋은 조건으로 신약개발 기술 수출을 계약한 바 있다.

우리의 기술과 손으로 무병장수 시대를 열겠다는 사명감으로 기업들이 신약 연구개발에 가일층 노력하고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이끌어주고 국민이 밀어준다면 우리나라의 생명의약 산업은 앞으로의 국가전략산업으로 성장해 국민의 생명 연장은 물론 국가경제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 확신한다.

/김선진(유한양행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