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INT는 제약산업 성장의 열쇠
<사이언스엠디뉴스 7월 1일자>

1) 세계 제약산업은 제약협회가 일찍이 전망한 것처럼 BINT로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업계는 경영 여건 악화 등으로 세계 흐름을 따라잡기가 힘든 형편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세계 각국은 IT산업의 뒤를 이을 21세기 세계경제 성장엔진으로 BT산업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또한 BT산업의 핵심은 바로 제약산업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BT를 기반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제품의 60-70%가 의약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BT산업, 특히 제약산업은 BT가 향후 IT와 융합해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점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 있습니다. 수년간 우리는 IT산업 분야에서 세계 최강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BT와 IT의 융합은 이미 생물정보학, 바이오칩 개발로 발전해 나가고 있지만, 신약개발을 위한 신물질 탐색 등의 과정에서도 BT를 IT, NT와 접목하게 되면 경제적 효율성이 배가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제약산업을 BINT신기술 융합산업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BT의 이러한 폭발력과 국가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를 인식하고 차세대 국가성장동력으로 선정하는 등 BT육성에 발벗고 나섰습니다. 제약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약산업 육성을 통해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좌표 설정에 모두가 공감하고 이 부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다만, 주위의 높아진 기대치에는 아직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산업화 기간이 길고 막대한 투자가 요구되는게 BT산업인데 시작단계에서 성과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기도 합니다.

2) 국내 BT산업의 잠재력과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기술력과 인력, 연구개발투자규모 등에서 BT선진국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꼽으신다면?

정부 주도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및 관리, 제약기업의 영세성 탈피, 성공적인 산학협력모델 도출이 시급합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계획을 세우고 이끌어나가야 하는 이유는 BT산업이 국가의 흥망성쇠로 연결될 것이라는 확신 때문입니다. BT선진국 대부분이 정부 주도로 BT산업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세계경제를 이끌고 있는 미국의 경우 제약산업이 군수산업 바로 다음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물론, 중국이나 일본보다 불리한 투자여건을 갖고 있고 자금 규모도 훨씬 적은 우리는 더더욱 정부의 강력한 육성의지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고 있는 바이오클러스터 조성과 같이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BT산업을 육성하겠다고 경쟁적으로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자금과 인력, 그리고 비즈니스 역량이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정부가 조정기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정부의 BT분야 지원액은 국가 R&D예산의 10% 수준인 5,000억 원에 그치고 있는데 이를 끌어올리고 산업의 우선순위를 최일선으로 가져가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제약기업의 영세성 극복은 화급한 사안입니다. 자체적인 신약개발역량을 갖추기 위한 제약기업의 매출규모는 연간 최소 1조원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게 통설입니다. 연매출 4-5000억원인 선두 제약기업들이 매년 20%성장율을 3-4년간 지속해야 한다는 계산입니다. 그래서 경영혁신과 M&A를 통한 규모의 경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프랑스계 다국적제약회사인 사노피신데라보가 자신보다 덩치가 큰 아벤티스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프랑스 정부차원의 지원이 적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정부도 이제 제약산업육성과 보험재정절감정책과의 상충관계에 대해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이 최근 약가에 대한 규제완화를 장기과제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참고할 만합니다. 일본은 그동안 약값을 저가로 묶어 왔지만 이같은 규제가 일본 제약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인식에 따른 것입니다.

우리가 BT분야에서 성공적인 산학협력 모델이 나올 경우 BT산업은 분명 활황기를 맞을 것입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 분야에 성공모델이 없다보니 어느 정도를 투자하면 어느 정도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당연히 투자를 망설이게 됩니다. 또 상품화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만한 여력도 없습니다.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포함해서 산학협력을 강화하여 흩어진 역량과 자금을 집중하고 또 빠른 시일내에 성공모델을 도출해야 합니다.

3) 국제협력과 관련하여 제약협회는 오래 전부터 스코틀랜드 바이오업계와 전략적제휴를 체결하며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협력사업의 진척과 제약업계의 참여도는 어떤지요?

한국과 스코틀랜드는 지난 95년부터 생명공학사절단의 상호방문과 심포지움 개최 등을 통해 바이오산업 관련 정보교류와 기술협력 등 양국 바이오산업의 공동발전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스코틀랜드 유수의 바이오제약기업과 대학이 참여한 가운데 '한국·스코틀랜드 바이오 비즈니스 파트너링'행사, 국제심포지엄, 임상시험 워크샵, 기업들간 비즈니스 상담회 등을 통해 바이오산업기술에 대한 정보교류와 상호협력 확대방안을 모색한 바 있습니다.

제약협회는 이러한 행사가 한-스코틀랜드 산학연 협력을 강화하고 양국 BT분야 선도 기업들이 기술 혁신과 비즈니스 역량강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약협회와 보건복지부가 지난 2002년 스코틀랜드 국제개발청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이후 가진 비즈니스 상담회, 비즈니스 파트너링 행사에는 많은 제약기업들이 참여하여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스코틀랜드 신약개발 공동연구사업은 8월 말까지 연구과제를 공모하고 있습니다. 현재 40여개의 국내 제약기업이 스코틀랜드측과 공동 신약개발 컨소시엄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올 12월에 2개 우수과제가 선정되면 내년부터는 과제당 10억씩 최장 9년동안 연구비가 지원됩니다. 제약협회는 이 국제협력 사업이 국내 제약산업의 글로벌화를 크게 앞당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4) 우리나라는 의약품 생산규모 면에서 세계 11~1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다국적제약기업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국내 제약사들이 위축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 제약기업의 활로모색 방안데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21세기 들어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변화된 약업환경에서는 제품력, 과학적 마케팅, 그리고 우수인재라는 세 박자가 골고루 갖춰진 회사만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의약분업 이후 다국적기업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 이를 잘 입증하고 있습니다.

제약협회는 국내 제약기업의 절대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수익구조 개선을 통한 R&D투자 증대와 연구개발 컨소시엄 구성, 약효군별 전문화와 특화, 해외시장개척과 유통체계 선진화 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5) 다국적제약기업과의 거리를 좁히는 최선책은 신약개발 또는 경쟁력 있는 제네릭의 창출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두 가지 모두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우리 제약기업의 신약개발 방향은 500억 원을 투자하여 2조 원의 수익을 목표로 하는 '개량신약'에 있습니다. 개량신약 개발을 활성화하려면 우선 기술이전소득 세액감면 100% 적용 등 R&D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산·학·연·정 R&D 클러스터 조성, 신약개발 인프라 구축 등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선진기업간 R&D제휴 확대전략 또한 활발하게 추진되어야 합니다. 우선 한국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기업과 공동협력하고 장기적인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해 나가면서 신약개발 기술과 경험을 축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기업이든 다국적기업이든 모두가 연구개발 보다는 규정과 규제에 매달리는 시간이 더 많다는 것은 한국 제약산업 발전을 생각할 때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익구조 개선은 모든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노력이겠지만, 신약개발을 얘기하다 보면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이익이 생겨야 R&D에 투자할 수 있고, 순익이 증가할수록 R&D도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의약분업 이후 제약시장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많은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과 특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규모의 경영을 도모할 수 있는 M&A도 희망적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정부의 합리적 약가관리, 제약업계의 공정한 경쟁과 투명한 거래풍토가 더해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