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국제약협회가 제약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출범한지 59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59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제약협회가 설립 목적에 부합하여 발전할 수 있도록 애정을 갖고 제약산업을 아끼고 키워주신 의료인과 약업인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해방직후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혼란과 가난으로 우리 국민들이 몹시 곤란 받고 질병의 고통 속에 있던 때 제약보국의 숭고한 정신으로 분연히 떨치고 일어선 선배 제약인들의 발자취가 있었기에 오늘의 제약협회가 존재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하며, 선배 제약인들께 또한 감사 드립니다.

돌이켜 보면 제약협회는 해방과 6.25전란의 와중에 의약품 생산기반을 다진 40~50년대, 합작투자를 통해 성장기반을 다진 60년대, GMP제도 도입과 고도성장기를 구가한 70년대, 물질특허제도 도입으로 연구개발에 눈뜨기 시작한 80년대, IMF로 자본시장이 개방된 90년대를 거쳐왔으며, 의약분업 시행과 함께 신약개발국 대열에 들어선 2000년대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회원사 임직원 여러분!

지난 세월 갖은 난관을 극복하고 희망의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 제약인들은 힘들었던 과거를 교훈 삼아 밝은 제약산업의 미래를 설계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부존자원은 부족하지만 우수한 두뇌를 가진 인재가 풍부한 우리나라의 경우 미래학자들이 예견한 지식기반의 21세기 BT시대에 적합하기 때문에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으며, 제약산업이 그 핵심산업이 될 수 있도록 어느 때보다 제약인들이 뜻을 함께 해야 할 때입니다.

선배 제약인들이 제약보국의 일념으로 분연히 떨쳐 일어섰듯이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 후배 제약인들도 제약산업이 21세기 국가경제를 선도하는 핵심산업이 되도록 하겠다는 투철한 의지와 사명감으로 전력투구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약협회는 그러한 제약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여러분과 함께 하며 제약산업 발전의 도우미로서, 또한 동반자로서 역할을 다할 각오입니다.

회원사 대표 여러분!

정치적 사회적으로 이념의 충돌과 계층간 갈등이 증폭되고, 경제적으로도 경기가 다시 침체되는 더블딥의 우려가 높아지는 등 제약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우리 제약인들이 제일 싫어하고 투자를 머뭇거리게 하는 불확실성 그 자체입니다.

그래도 우리 제약인들은 어려운 시대적 난관을 극복하고 21세기 제약선진화의 꿈을 이루기 위해 투자하는 등 불굴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21세기 BT시대의 핵심산업이자 BT, IT, NT 등 BINT신기술 융합산업인 제약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리 제약인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와 당국의 정책적 도움이 필요한 문제가 한둘이 아닙니다.

제약산업이 국가성장의 주도적 역할을 다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전제조건을 이 자리를 빌어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 연구개발(R&D)투자입니다.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팩티브의 미국 FDA 신약허가 획득을 기점으로 10번째 신약개발국이 됐으며, 이제부터 신약선진국 대열에 합류하여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한 첫 번째 시험대에 서게 됐습니다.

제약업계는 아직은 혁신적 신약개발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500억~600억원의 R&D자금 투자를 통해 수천억원의 결실을 거두는 개량신약 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개량신약으로부터 나오는 수익을 종자돈 삼아 혁신적 신약개발 여력을 높여가야 할 것입니다.

R&D투자와 관련해서 당국에 건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러한 제약인들의 노력이 초기에 꺽이지 않도록 약가정책을 유연하게 펼쳐 주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약산업 육성정책에서 중요한 점은 제약기업 스스로 지속적으로 R&D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며, 당국은 약가의 현실화를 통해 이익구조를 개선해주는 든든한 후원자가 돼주어야 합니다.

둘째, 기업규모의 대형화입니다.

IMF 이후 제약산업도 글로벌 경쟁시대에 놓이게 됐으나 국내제약사들의 기업 규모는 다국적제약사는 물론이고 국내 타업종에 비해서도 너무도 영세합니다.

2003년 글로벌 톱10 다국적제약사들의 평균 매출은 205억달러(한화 약 25조원)에 달하고 이중 약 17.5%인 36억달러(약 4조3000억원)를 연구개발비로 투자하는데 비해 국내 톱10 제약기업들의 평균매출액은 2400억원에 불과하고 이중 약 4~5%인 약 120억원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하는 열악한 상황입니다.

최근 합병을 완료한 사노피와 아벤티스는 물론이고 야마노우찌와 후지사와간 합병은 세습경영을 중시하는 일본마저도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더 중요시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야마노우찌와 후지사와의 합병은 연 매출 8조원, 세계 17~18위 제약사를 탄생시키게 됐습니다.

세계 의약품시장은 20위권 제약사들이 주도하고, 최소한 연매출 1조원 이상에 이중 20%를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세계 의약품시장에서 살아남는다는 당위성하에 합병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우리 제약인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합니다.

셋째, 경쟁체제의 변화입니다.

더 이상의 과당․과열경쟁이나 가격경쟁은 모두가 공멸하는 지름길이라는 인식하에 이제까지처럼 과당․과열 경쟁을 통한 외형성장을 지양하고, 공정경쟁을 통해 내실과 이익을 다져 국내제약사, 다국적제약사 모두 윈윈(Win-Win)하는 경쟁체제로 전환돼야 합니다.

윈윈하는 경쟁체제로 전환되면 현재 제약기업들이 겪고 있는 취약한 이익구조를 개선하고, 미래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 자금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로 개선될 것으로 믿습니다.

과당․과열경쟁의 관행은 그동안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는 있으나 제약업계의 노력만으로는 개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의약업계 당사자들의 공감과 협조가 꼭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넷째, 국민의 신뢰 구축입니다.

우리 제약인들은 가깝게는 감기약 사건에서부터 멀게는 주사제 약화사고에 이르기까지 의약품이 국민의 신뢰를 잃었던 뼈아픈 경험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 제약인들은 이를 거울삼아 국민이 안심하고 복용할 수 있는 안전성 높은 의약품 생산에 진력하여 국민으로부터 의약품에 대한 신뢰를 구축해야할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윤리경영 또한 안전한 의약품 공급과 함께 국민의 신뢰를 구축하는 쌍두마차가 될 것임을 마음 깊이 새겨야 합니다. 미래학자들이 윤리경영이 미래지향 기업의 새 패러다임이라고 조언하고 있듯이 모든 정보가 공유되는 디지털화된 세상에서는 투명한 윤리경영만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고 경쟁력 있는 회사로 가는 첩경이 될 것입니다.

다섯째, 국가전략 핵심산업으로의 육성입니다.

제약산업은 지금의 IT에 이어 국가경제를 선도하게될 BT의 핵심이자 차세대 성장산업으로서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를 앞당기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건국초기부터 정부 당국은 제약산업을 보건의료서비스의 한 축으로 보고 육성책보다는 규제정책을 펴온 것이 사실이지만 제약산업은 이같은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자력 성장해 온 역사를 가진 저력있는 산업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이 제약산업을 국가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 당국의 제약산업에 대한 육성책 없이는 선진국들과 경쟁할 수 없기 때문에 규제가 아닌 육성해야 할 산업으로 시각을 바꿀 때가 됐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희 제약인들은 제약산업이 우리 국민의 보건을 담당하는 산업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21세기 국가 중심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따뜻한 배려가 있기를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저희 제약인들은 안전한 의약품 생산을 위해 항상 긴장하고, 신뢰확보를 위해 윤리경영에 힘쓰고 있는 만큼 국민과 정부도 제약기업을 믿고 제약산업 육성에 애정을 보낼 것으로 믿습니다.

끝으로 오늘의 제약협회가 있기까지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땀흘리신 선배 제약인들께 감사 드리며, 협회 임직원들은 제약산업 발전의 도우미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각오입니다.

아울러 제약산업 발전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후원과 배려를 아끼지 않으시는 정부, 국회, 언론 그리고 관련단체 및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4년 10월 26일
한국제약협회 회장 김 정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