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경호 한국제약협회장
"신약개발을 국가 어젠다로 설정하면 수십조원의 가치를 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신약개발 과제에 집중해 종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합니다."
이경호 한국제약협회장이 제약산업이 국가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고 글로벌 시장에서 열매를 맺기 위한 방향을 제시했다.
지난 2010년 7월 한국제약협회장에 공식 취임한 이 회장은 6년 7개월 동안 왕성한 활동을 해오다 최근 이달 22일 협회 정기총회를 끝으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우수한 인력과 연구개발(R&D) 인프라를 바탕으로 글로벌 강국에 도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1990년대부터 비교적 짧은 기간인 약 26년간 신약개발을 해왔음에도 1월 현재 27개의 신약을 내놨고, 이제는 선진국 수준의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
정부의 활동에 대해서도 이 회장은 "의약품분야 국제협의체인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와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등에 잇따라 가입하며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의 신인도를 높이고 있고, 신약개발 지원 의지도 충분해 산·학·연과 함께 어우러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분산된 신약개발 지원과제와 재정 등은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하며 "보다 강력한 차원의 국가적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이 대규모 기술이전을 해냈지만, 기술이전에 그치지 않고 국가 지원에 힘입어 신약을 자체로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 내놨다면 수조원의 기술이전보다 더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이 회장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그는 "신약개발이 부처별 어젠다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국가 과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생명공학·의약학 등 고급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약산업이 국가 성장동력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낼 수 있다는 것.
이 회장은 그동안 국제약업단체연합회(IFPMA) 활동, 한·중·일 제약협회 교류, 세계대중약협회(WSMI) 아태지역 회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산하 규제조화센터(AHC) 사무국 유치 등 국제활동을 이끌어왔다.
이 회장은 "과거 약가인하, 리베이트 규제 등으로 정부와 제약산업이 갈등을 빚어왔다면 이제는 산업 육성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시대를 맞이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신약개발과 윤리경영을 필수요건으로 해서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앞선 것은 아니지만, 일본 사례를 보면 우리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며 "글로벌 50대 제약사가 앞으로 국내에서 계속해서 나오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제약협회장을 역임하면서 협회 조직을 체계화하고, 정부·회원사와 주요 현안에 대해 소통하며 제약업계가 당면했던 과제들을 해결해온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취임 초기인 2011년 약가인하 저지 대책본부를 구성해 '제약인 생존투쟁 총궐기대회'를 진행했고,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주재한 가운데 '2020년 세계 7대 제약강국 비전'을 발표하는데 함께했으며, 저가구매 인센티브제 폐지, 업계 윤리경영 강화 등을 이끌어왔다.
김지섭기자 cloud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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