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글로벌 제약강국, 정부 의지에 달렸다
 
 
 
제약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행보가 구체화되고 있다. 새 정부는 지난 7월 '100대 국정과제 보고'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형 신산업 발굴·육성을 위해 제약·바이오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의 후속조치로 보건복지부는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제약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연내에 수립,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제약산업을 주목하는 이유는 고부가가치와 양질의 일자리 측면에서 타 산업을 압도하며 경제성장을 책임지는 먹거리산업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세계 의약품 시장은 반도체 시장의 3배에 달하는 1200조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10년간의 글로벌 제약시장은 연평균 6%씩 꾸준히 확대돼 왔다. 특히 남미, 중국, 동남아 등 파머징 국가는 12% 이상의 가파른 신장률을 보이며 세계 의약품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 증가로 향후에도 지속 성장해 오는 2021년 최대 1700조원 시장으로 확대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내 제약산업계도 미래 먹거리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1999년 1호 신약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채 20년이 안되는 시간에 모두 29개의 국내개발 신약을 탄생시키는 저력을 보였다. 기술집약도가 높은 산업에 걸맞게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중은 6.8%로 제조업의 2배에 달한다. 2015년 상장제약기업들의 연구개발비는 전년 대비 12.4% 증가한 1조1694억원을 기록했다. 대다수가 중소기업인 상황에서 넉넉지 못한 살림에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로 경쟁력을 향상시켰다. 이에 힘입어 최근 10년간 의약품 수출이 13%씩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과거에는 원천 기술이 없어 의약품을 들여오는데 급급했지만 이제는 글로벌 제약사에 신약 기술을 이전하며 세계 무대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경기위축으로 고용상황이 악화되고 있지만 제약산업계는 일자리를 꾸준히 늘렸다. 최근 10년간 국내 제약산업계의 연평균 고용증가율은 3.9%로, 제약업계가 속해 있는 제조업(1.6%)의 2배를 넘는다. 청년고용 증가 비중은 전 산업에서 가장 높고, 정규직 비중은 91%에 달해 노동시장의 고용 안정성도 긍정적이다. 새 정부의 국정기조인 '고용 있는 성장'과 궤를 같이하는 산업인 셈이다.

시장의 투자자금도 제약 등 헬스케어 분야에 쏠리고 있다. 지난해 벤처캐피탈 신규투자 부문에서 바이오·의료분야에 전체 투자금의 23.2%가 몰리며 오랜 기간 1위를 지켜왔던 ICT서비스 분야를 뒤로 하고 1위에 올라섰다.

제약 선진국들은 이 같은 제약산업의 저력에 일찍이 매료돼 산업 육성에 국가적 차원의 역량을 결집시키고 있다. 얀센, UCB와 같은 다국적 제약사를 탄생시킨 벨기에는 연간 국가 R&D 자금 총액의 약 40%를 제약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또한 R&D 연구인력에 대한 원천징수세 80% 면제, 특허세 최대 80% 면제, 혁신 활동에 대한 지원금 제공 등 다양한 세금 감면과 자금 지원을 통해 글로벌 기업과 연구기관의 R&D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계 9위의 제약사 '테바(Teva)'를 탄생시킨 이스라엘은 정부 승인 과제에 소요 예산의 20~50%를 보조금으로 지원했다.

또한 R&D투자 시 자금지원과 세금 감면 등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해 기업의 설비투자를 촉진했다. 정부 부처 산하에 신약 등을 연구개발하는 와이즈만 연구소를 설립하는가 하면 고용 첫해 신규 고용자들에게 지급된 임금의 33%를 무상 보조하는 파격적 지원도 주저하지 않았다.

신약 생산성이 급격하게 떨어진 제약산업계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종전의 독자 개발 패턴에서 벗어나 외부의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취하듯 민·관의 협력과 융합이 유기적 조화를 이룰 때 산업과 경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기업체들의 부단한 노력과 정부의 의지가 맞물리면서 제약산업에 긍정적인 시그널이 켜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제약산업에 대한 육성·지원 의지를 밝힌 것은 선진 제약산업으로 도약하려는 산업계에 큰 자극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 제약산업계는 정부의 의지를 동력 삼아 국민건강을 지키는 사회안전망이자 양질의 일자리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뚝심 있게 성장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