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약시장 1200조…한국은 20조원, 점유율 1.8% 그쳐
"이제는 우리 손으로 블록버스터 내야… 정부 리더십 필수"
"내년에는 ISO 37001 도입 등 유통 투명화에 박차 가할 것"


고은결 기자 keg9221@hankooki.com

  •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데일리한국과 인터뷰중인 원희목 협회장.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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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좌우의 이데올로기 싸움이 아닙니다. 보다 큰 그림을 보면서 미래 동력으로 이끌어 간다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100조, 200조 시장이 되는 날도 머지 않았습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64)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다만,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수없이 강조했다.

원 회장은 올 3월 제약바이오협회의 신임 회장으로 취임했다. '제약산업을 살리기 위해서' 협회장직을 맡게 됐다는 원 회장은 40여년간 제약산업에 몸담아온 제약산업인이다. 누구보다도 속사정을 잘 알고, 그래서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지난 3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최영운 데일리한국 경제부장이 원희목 협회장을 만나 제약바이오산업의 발전을 위한 제언을 들어봤다. 

◇"제약바이오, 우리나라 산업 형편에 맞는 미래 먹거리"

의원시절 보건복지위 소속으로 활동했던 원희목 회장은 협회장으로 취임하게 된 배경을 묻자, "제약산업을 육성하러 왔다"며 자신있게 웃었다. 그는 "제약산업이야말로 미래 동력이라고 이야기해왔고 현 정부에서 받아들여진 점을 환영한다"며 "이제, 어떻게 육성시킬지 정부와 산업계, 연구기관, 대학, 병원 등 관련 분야에서 머리를 맞대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협회장 임기 내 최대 목표는 '제약의 산업화'다.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기반을 확립하겠다는 이야기다. 제약바이오산업이 그동안 한국의 주력산업으로 여겨진 철강·자동차·반도체를 이어 미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원 회장은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목표는 산업화, 제품화로 연결되는 것"이라며 제약산업이 국내 실정에 알맞은 기술집약적 산업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사실 제약 쪽은 우리나라의 형편에 딱 맞는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고급인력이 포진해 있으며 병원 등의 임상 인프라, IT 인프라도 훌륭하다"고 설명했다. 
 
 
원 회장은 또 "세계 제약시장은 1200조 규모로, 자동차와 반도체를 합한 것보다도 큰 데 이런 엄청난 시장에서 한국의 규모는 약 20조원, 점유율 1.8%에 불과하다"면서 "정부가 미래 동력으로 삼을 분야는 단언코 제약바이오산업"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데일리한국과 인터뷰중인 원희목 협회장.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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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손으로 블록버스터 터트리려면 정부의 리더십 필수" 

최근 유한양행이 국내 제약사 최초로 3분기만에 누적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국내 제약업계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모습이다. 그러나 세계 100대 제약기업 가운데 국내 기업은 유한양행과 녹십자,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4개에 불과하다. 아울러, 신약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직접 소화할 글로벌 빅파마로 거듭난 기업은 꼽기 힘들다. 

원희목 회장은 "사실 국내 제약사들이 내수 시장에서는 성장할 수 있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블록버스터를 터트리고 시장 가치를 키우는 면에서는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원 회장은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 자체 임상과 마케팅을 진행하려면 최소한 글로벌 제약사 순위 50위권에 들어야 한다"며 "50위권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연 매출이 2조5000억원 규모를 형성해야 하는데,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신약 개발에 매진할 규모에는 미치지 못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원 회장은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뛰어들기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정한 글로벌 제약강국이 되려면 기초기술 판매와 라이센싱 수준을 넘어서 계속 임상을 진행하고 발매, 사후관리, 사후 마케팅, 글로벌 마케팅 등 절차를 거쳐 우리 손으로 블록버스터를 터뜨려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선 결국 정부의 강력한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원 회장은 "어느 나라나 국책사업으로 제약산업을 밀어준다"며 정부의 강한 지원에 힘입어 신약 강국으로 거듭난 벨기에를 예로 들었다. 그는 "글로벌 빅파마들이 공동 연구를 하는 허브가 된 벨기에처럼, 개별회사의 의지와는 별개로 정부의 의지 또한 절실하다"면서 "글로벌 빅파마들이 공동 연구, 공동임상을 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저 신약 값만 우대 받으려는, 우리나라를 다분히 '시장'으로만 보는 다국적제약사와 우리와 공동 투자하는 글로벌 제약사는 차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원 회장이 말한 정부의 리더십은 '깊이 있는 지원'으로 압축할 수 있다. 원 회장은 "예산 지원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면서 "약가제도 개선을 비롯해 바이오시밀러, 개량신약 임상연구에 대한 세제 지원으로 신약뿐 아니라 부가가치가 있는 분야의 균형적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 예산 집중 및 확대 △국내 산업의 성장 기반 확립 △ 국책과제의 실용화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데일리한국과 인터뷰중인 원희목 협회장.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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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케어 취지 동감하나 시장 자체 묶는 것은 안돼"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이사회를 열고 "국민 건강의 보장성 확대를 위한 정부 정책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보장성 확대에 따른 재원 마련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제약바이오산업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그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히 거부할 것"이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와 관련 원 회장은 약가 인하를 통해서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보다는, 미래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시행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총액관리제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대했다. 원 회장은 "인위적으로 시장 자체를 묶는 것, 가령 총액관리제는 제약산업의 육성 의지와는 반대되는 발상"이라며 "신약 수출 비중이 높은 프랑스에서 총액관리제를 하는 것을 우리나라에 대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약산업은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구조로, 정부의 리더십이 뒷받침 됐을 때 국민적 관심과 자본이 모이게 된다"며 "이데올로기 싸움이 아니라, 보다 큰 그림에서 제약산업을 놓고서 양면성을 최대한 조율하며 미래 동력으로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 회장은 그러면서도 "정부의 지원과 산업계의 노력이 기반된다면, 현재 20조원밖에 안되는 국내 제약산업이 100조원, 200조원으로 커지는 날이 얼마 안걸릴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2018년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달 26일 창립 72주년을 맞은 협회는 100년에 달하는 국내 제약산업의 발전을 함께 해왔다. 업계의 현안에 집중하며 목소리를 내온 협회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유통 투명화'에 힘쓸 방침이다.

원희목 회장은 "내년에는 유통 투명화를 위한 노력들을 협회 차원에서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자율적인 정화 노력을 하기 위해 ISO 37001(반부패경영시스템)를 글로벌 수준으로 인정받기 위한 작업을 내년 1월부터 할 예정이며, 몇 년 안에 확산시킬 구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약사 입장에서도 이같은 노력에 대한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귀띔했다. 

원 회장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제약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기업이 국민세금에 준하는 보험료를 내면서 사회적인 활동을 합니다. 그러면서도 이윤을 추구합니다. 요컨대 사회적 성격과 경제적 성격이 공존하는 산업인 셈입니다. 또, 제약산업은 국민의 실생활과 직접 연결되고 없으면 안되는 국민적 산업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같이 좋은 조건에서 왜 더 발전하지 못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지금이 제약산업의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프로필 

1954년 출생.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강원대학교 약학대학원 약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대한약학정보화재단 이사장, 의약품정책연구소 이사장,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이사장, 제33대·제34대 대한약사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겸임교수, 대한민국 제18대 국회의원(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의원)을 지냈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이화여대 임상보건대학원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사회보장정보원장에 이어 2013년부터는 사단법인 백세시대나눔운동본부 상임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3월 제21대 한국제약협회 회장으로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