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팜 사설]한국제약협회가 26일 창립 70주년 기념식을 열고, 미래 비전이자 시대적 과제를 명징하게 그려 공표했다. '신약개발·글로벌 진출·윤리경영·사회적 책임과 실천'이 바로 그것인데, 이는 제약산업계 종사자는 물론 정부 관계자, 일반 국민까지 오래전부터 공감해 온 내용이다. 제약산업계 미래 생존과 국익 창출의 길 역시 네가지 비전과 과제의 달성으로 완성될 것이라는데 우리는 한치의 의심도 갖지 않는다.

의약품 시장은 전 세계 모든 산업분야 중 유일하게 '석양이 깃들지 않을 성장 가능한 분야'로 꼽힌다. 작년 1000조원을 넘어섰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대한민국이 자동차와 전자산업으로 압축 성장했다지만, 지금까지 성취가 위협받을 만큼 나라밖 경쟁자들의 기세는 세고, 미래는 낙관적이 않다. 그렇다고 한다면 제일 크고, 성장 가능성 높은 의약품 시장은 당연히 대한민국의 타깃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의약품은 시장은 레드오션이다. 스위스 노바티스는 물론 미국 화이자, 이스라엘 테바 등 이름만으로도 위압적인 글로벌 맹수들(빅파마들)이 득실거린다. 이 뿐 아니다. 이들과 생명선을 맞대고 있는 세계 곳곳의 바이오벤처들과 1인기업(버투얼 기업)이 불을 밝히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국내 제약산업에게 위안이 된다면 '애초에 블루오션이란 없었다'는 말뿐이다. 레드오션 안에 블루오션이 있고, 블루오션은 금세 싸움터가 된다. 결국 실력이다.

R&D 투자와 신약개발은 중요하고도 기초적인 경쟁 요소다. 1990년대 신약개발에 나선 국내 기업들은 2000년대 신약개발을 본격화 해 최근에는 미국 FDA 문턱에 글로벌을 겨냥한 파이프라인을 줄세워 놓았다. 이는 한 때 "화이자의 연간 R&D 비용이 대한민국 의약품 시장보다 크다"는 따위의 회의론을 극복한 빛나는 결과다. '쥐꼬리 만한 연구비'를 부여잡고, 시큼한 연구실의 고된 시간을 견뎌낸 우수한 두뇌들이 분투한 결실이다. 이 결실들은 이제 제약산업과 개별기업들에게 글로벌에 대한 꿈을 심어주고 있다.

한때 '세계화'라는 말처럼 이제 글로벌 진출은 식상하고 피곤한 용어로 다가오지만, 국내 제약산업계에겐 여전히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병아리 눈물만큼 작은 내수'에서 미래를 찾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해서 미국으로 유럽으로, 남미로, 아프리카로 경쟁의 영토를 넓힐 수 밖에 없다. R&D 투자와 신약개발이 바탕이 되어야 겠지만 이 부문의 역동성은 어느 때보다 나아졌고 계속 좋아지고 있다. 이제 더 필요해 진 것은 글로벌로 나가 성공해보겠다는 결단과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어린 도전 뿐이다.

신약개발이든, 글로벌진출이든 앞서 할일은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의 실천이다. 사회에서 지지 받지 못하는 산업이 성장할 수 없다. 정부가 사회적 저항을 감당하며 육성정책을 펴기는 어려운 탓이다. 10여년 묵은 숙제인 불법 리베이트는 최소한 불활화 상태까지 개선돼야 한다. 신약개발과정서 윤리 문제도 중요하다. 최근 '독일차의 윤리적 배신'을 보고 있지만 이게 의약품 문제였다면 상황은 한층 심각했을 것이다. 글로벌 진출하려다, 기업이 아예 사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윤리경영에 눈떠야 한다. 제약기업들도 더 적극적으로 사회 일원으로서 합당한 역할을 해야 한다.

제약산업이 국가 신성장 동력이 되려면, 정부 역할과 애정을 빼놓을 수 없다. R&D 등 직접 지원도 의미있지만, 산업이 산업으로서 생존활동을 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먼저다. 이름 거창한 정책 대신 R&D에 투자하면, 돈좀 만질 수 있다는 신뢰 프로세스 확립이 우선이다. 그렇게되면 기업은 알아서 움직일 것이다. 또 지식산업으로 연구개발 기간이 길고 비용이 천문학적인 만큼 고부가가치가 인정되고,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 산업계가 이젠 웬만한 약가인하에 대해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보게됐다지만 R&D 선순환이 이뤄지는 합당한 선은 반드시 찾아내야 할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대학연구실의 연구가 직접 다국적제약회사로 팔려 나가지 않고, 국내 제약회사에서 좀더 부화돼 빅파마로 연결됨으로써 그 부가가치가 국내 산업계에 환류되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연구자들의 기술이전과 벤처캐피탈의 더 활발한 활동이 가능하도록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말뿐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제약산업이 창조경제의 씨앗이 되도록 연구자, 투자자, 기업가, 산업계의 자율성이 작동되는 큰 틀의 계획을 설계해야 한다. 대한민국 신약개발 역량이 분산되지 않고 모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