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승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의약품정책 상무
- 특정 질환 타겟으로 신약개발 새분화
-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서로 부족한 점 보완해 시너지
- 후보물질 들여와 '디벨로핑' 거쳐 가치 극대화
- 정부 지원, 상용화 성공하면 세금 증가로 되돌아와
“신약개발은 여러 질환에 두루 쓰이는 약보다는 특정 질환을 타깃으로 하거나, 희소질환 같이 아직 치료제를 개발하지 않은 분야로 점점 세분화하고 있습니다. 한 회사가 여러 치료제를 후보물질 도출부터 상용화에 이르는 전 과정을 모두 수행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통해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시너지를 내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엄승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의약품정책실 상무는 “앞으로 제약업계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국내 제약사들이 본격적인 신약 연구·개발(R&D)에 뛰어들기 시작한 지 30년 이상 흘렀고, 이제는 후보물질 탐색 등 기초연구뿐 아니라 실제로 상용화하려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어 기업간 협업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엄 상무는 “상업적 성공 여부를 떠나 국내 제약계는 그동안 30개의 신약을 개발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며 “다만 후보물질 탐색 경험은 많지만 임상시험 등을 통해 상용화하는 ‘디벨로핑’(developing) 경험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접 후보물질을 도출하지 않더라도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가능성 있는 후보물질을 발굴해 가치를 높이는 연구는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국내 제약사가 노려볼만 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유한양행이 얀센에 기술수출한 폐암 신약후보물질도 2015년 제노스코로부터 동물실험이 끝난 단계에서 약 10억원에 도입한 후 3년 만에 임상1·2상을 거쳐 12억 5500만달러(약 1조 4030억원)의 가치로 돌아왔다.
엄 상무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 오픈이노베이션을 위해 후보물질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유망한 후보물질이라도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우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오픈이노베이션 시장에서 관심을 끌 수 없다는 것이다.
엄 상무는 “국내 제약업계가 글로벌 제약사들과 오픈이노베이션을 하기 위해서는 제약업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다양한 프로젝트를 마련해 국내 제약업계에 지원을 하면 제약사는 이를 바탕으로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게 되고, 상용화에 성공해 매출을 일으키면 결국 기업은 세금을 더 많이 내 정부는 지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전자와 자동차, 조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부와 민간의 협력으로 성공한 경험이 있다”며 “정부가 다양한 국가과제를 진행해 제약·바이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펼친다는 인식을 심어준다면 해외에서 우리 제약·바이오업계를 바라보는 인식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