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박동욱기자 fufus@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박동욱기자 fufus@

데스크가 묻는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근 100년이 넘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을 미래 국가 주력산업으로 자리매김시키는 데에 사활을 걸었다. 제 22대 협회장인 원희목 회장은 74년 역사를 이어 온 협회가 이제는 제약바이오산업을 국민이 인정하는 미래성장동력 산업이 되도록 하는데 총력을 다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협회는 1945년 조선약품공업협회에서 출발해 한국 제약산업의 발전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1953년 대한약품공업협회, 1988년 한국제약협회로 개칭한데 이어, 원 회장이 제21대 회장을 맡고 있던 2017년 3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로 또 한번 이름을 바꿨다. 합성의약품을 주력제품으로 개발·생산해 오던 주요 회원사들인 정통 제약사들이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에 뛰어들며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21대 회장에 이어, 지난달 22대 회장으로 재선임 된 원 회장은 국내 바이오제약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협회의 변화와 혁신을 속도감 있게 추진 중이다. 서울 방배동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만난 원 회장은 "제약바이오는 제약사 뿐만 아니라 대학, 병원, 임상기관, 바이오스타트업 등이 함께 '콜라보레이션'(협업) 해야 하는 산업"이라 면서 "고용도 각계각층 에서 함께 일어나 현 정부의 신성장 산업 육성 콘셉트와 딱 맞아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 축적된 에너지가 폭발하려면 정부가 국민들에 먼저 제약산업이 미래 먹거리 산업이라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관계부처가 협업해 바이오제약 산업에 추동력을 실어줄 수 있도록 대통령이 이끌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담 = 최경섭 ICT과학부 부장

 

 

-취임 후, 제약산업의 위상을 높이는데 힘쓰겠다고 했다.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현주소는.

"국내 바이오제약산업은 오랫동안 쌓인 에너지를 발현될 때가 됐다. 제약분야는 1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가진 중요한 산업임에도 발전이 더뎌왔던 게 사실이다. 우선, 시장이 안정돼 있다보니 기업의 도전 욕구가 부족했고, 그러다보니 새롭게 치고 나가는 동력이 미진했다. 사회보험의 틀 속에서 가격을 '커팅' 당하는 현 시스템에서 우리 제약산업이 도약하는 길은 R&D(연구개발)를 통해 신약개발을 하는 길 밖에 없다. 전세계적으로 신약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높아지는 반면에 국내업체들이 주력해 온 제네릭(복제약)의 부가가치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제약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얘기로 들리는데.

"제약산업은 지식·기술집약적인 산업으로 우리나라에 꼭 맞는 산업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부를 창출할 좋은 아이템인데도, 그동안 정부나 기업은 내수에만 머물러왔다. 신약을 개발하든, 제네릭을 수출하든 새로운 패러다임을 짤 때가 왔다. 패러다임 변화의 기점이 이르렀다는 것은 이미 한미약품, 유한양행 등 국내 제약사들의 '기술수출'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제약산업의 도약을 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적인 측면의 아쉬움도 커 보인다.

"기업들이 새로운 도약을 위해 '퀀텀점프' 하는데 있어, 아쉬운 것이 정부의 추동력이다. 대통령이 제약바이오 산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표명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들이 협업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면 발전의 속도가 굉장히 빨라질 것이다. 지금은 정부에서 제약바이오 산업을 지원하겠다는 얘기들이 많이 나오지만,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체감지수는 낮은 게 현실이다. '신성장산업 중 하나'로 제약산업을 언급하는 것에서 나아가, 대통령이 바이오제약 산업을 국가 중점산업으로 명확히 선언해 줘야 한다. 결국 대통령으로부터 '해보자'하는 의지가 나와야 각 부처 협력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다. 그래야 이 분야에 자본이 몰리고 사람이 몰린다."

 

 

-제약산업을 국가 중점산업으로 삼아야 한다는 당위성은 무엇인가.

"제약산업은 다른 신산업에 비해 비교적 우리가 전략적으로 해볼만한 분야 다. 신산업을 육성하려면 특정 재벌, 자본의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제약산업은 다르다.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인프라가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우수한 임상 인프라를 갖췄다. 왜 좋은 인프라를 보유하고도 산업화하지 못하는지 안타깝다. 보건의료 인적구성 또한 훌륭하다. 우리는 과거 불모지나 다름없던 반도체 산업을 국부산업으로 끌어올린 경험이 있다. 반도체 산업처럼 바이오제약 산업을 국가 중점산업으로 끌어올릴 인프라 토양은 충분하다고 본다."

 

 

-제약산업 육성이 갖는 가치에 대해 좀 더 부연한다면.

"신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 특정 기업, 재벌에 의존해야 하는 타 산업과 달리, 바이오제약은 병원, 대학, 임상기관, 바이오 스타트업 등 보건의료 인프라 전반이 함께 해야 움직인다는 점이다. 그래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 중요한 산업이다. 이 과정에서 고용도 각계각층에서 함께 일어난다. 미래 신산업을 발굴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하는 현 정부의 혁신성장 콘셉트와도 딱 맞는 분야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단순 복제약 판매에서 R&D쪽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게 얼마 안 된다.

"18대 국회의원 시절, R&D 투자 비율에 따라 제약사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발의 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제약사들의 R&D 투자 비중은 매출의 2~3%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순이익의 20%도 아니고, 매출의 20%를 R&D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특히 2015년 한미약품이 기술수출 성과를 내준 게 업계에 큰 자극이 됐다고 본다. 제약산업 육성법이 통과됐다고 해도 업체들 입장에선 투자를 할지말지 긴가민가 했었는데, 한미약품이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R&D 투자가 늘어난 것이다."

 

 

-'바이오제약 강국'으로 올라서는데 좋은 벤치마킹 모델이 있다면.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한정된 시장과 자원, 적은 인구를 보유한 벨기에와 스위스 등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정책과 파격적인 다국적 기업 유치 전략을 앞세워 제약강국에 올라선 케이스다. 특히 인구 1100만명의 벨기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R&D 투자와 정책지원, 산·학·연 협력네트워크 구축 등 민·관 협치를 통해 제약강국으로 부상했다. 벨기에 정부는 전체 국가 R&D 예산의 40%를 제약부문에 투자하고, R&D 인력에 대한 원천징수세와 특허세를 80% 면제하는 등 파격적인 세금감면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임상시험 허가절차 간소화로 글로벌 제약사의 지사도 대거 유치했다. 글로벌 30위권 제약사 중 29곳이 벨기에에 R&D 센터나 지사 등 거점을 설치했다. 그 결과 벨기에는 세계 신약 R&D 파이프라인의 5% 보유, 내수(14조)의 4배 가까운 52조원대 의약품 수출(총 수출액의 11%) 기록할 수 있었다."

 

 

-스위스는 어떠한가

"스위스는 과거 '시계·정밀공학의 나라'로 불렸지만 연간 1000개 산학협력 프로젝트에 연구비용의 50%를 지원하고, 매출 대비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특별지원프로그램을 가동한 결과, 전체 산업 중 제약·화학부문이 총 수출의 42%를 차지할 정도가 됐다. 노바티스, 로슈 등 스위스의 매출 상위 10곳의 경우 98%가 해외 제약시장에서의 수출로 거둬들인 매출이다."

 

 

-세계 제약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2% 정도로 미미하다.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답을 찾아야 하지않나.

"세계 시장에서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의 점유율이 5% 이상은 돼야한다. 현재 20조원인 시장 규모를 200조원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사회보험으로 인해 가격에 제한을 받는 내수만으로는 시장을 늘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내수시장에 안주해 있던 메이저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공격적으로 도전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

 

 

- 규제 장벽 때문에 바이오헬스 등 신사업 전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규제를 할 건 하고 풀건 풀어야 한다. 많은 업체들이 신약개발에 AI(인공지능)를 접목하고 있는데, 환자정보를 활용한 유전자 빅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도록 해야 질병 치료를 위한 획기적인 방법이 개발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 본래의 목적은 지키면서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 국내에서는 그러한 최소한의 방법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어디까지를 규제 대상으로 삼아야 할지, 사회적 합의를 하는데도 너무 많은 시간과 진통이 따른다. 특정 그룹이 일방적으로 상황을 좌지우지 하고 있는 게 문제다. 처음부터 아예 안된다고 닫아놓으면 안된다. 규제를 보는 시각이 전환돼야 한다."

 

 

- 결국 규제 개선의 속도가 문제라는 지적이있다.

"대통령이 관료들 모아놓고 규제개혁 하자고 목소리도 높였지만, 지금 같은 속도와 범위로는 누가 얘기해도 잘 안될 수 밖에 벗다.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규제 개선에 따른 양면적인 영향을 국민들한테 충분히 알리고, 사회적 대토론을 해서라도 방법을 찾아야한다. 전향적인 방향 설정이 필요한 때다. 전세계 기업들은 벌써 저만치 가고 있는데 우리만 여기서 갑론을박 하면 뒤처질 수 밖에 없다. 냉철하게, 사회적 판단을 구할 필요가 있다."- 협회 얘기로 돌아가자, 3월중에 문을 열게 될 AI신약개발지원센터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AI 신약개발지원센터는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원과 협업해 국내 제약사들이 일정 부분 공유할 수 있는 연구환경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AI 활용 신약개발의 성공 요인은 연구환경의 변화가 첫번째다.국내 제약사들이 다국적 빅파마의 막대한 연구 자본과 연구자 수를 따라잡을 수 있는 방법은 신약개발에 AI를 활용해 시간·비용을 절감하고 성공 예측률을 높이는 것이다. 협회가 이것이 가능하도록 디딤돌 역할을 하겠다. 각 제약사가 신약개발 데이터와 경험을 일정부분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을 터 줘야 한다."

 

 

-앞으로 2년의 임기동안, 꼭 이뤄 내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제약산업이 제대로 방향을 잡고 가기 시작했다. 방향의 틀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 몇 년 새 모든게 확 바뀌진 않겠지만, 정부에 요구할 것은 하고 우리 자체적으로도 변화를 꾀할 것이다. 관행적으로 해 오던 문제로 인해 제약산업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한꺼번에 떨어진 때도 있었다. 업계 스스로 신뢰를 회복하고, 정부 지원도 얻어내면서 '제약산업은 국민산업이다'는 것을 실증해 보이는게 지향점이다. 그게 제가 협회장을 맡겠다고 한 이유다. 회원사들이 저를 기다려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나 정치권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국의 제약산업은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사회안전망인 동시에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산업이라는 사실이 수많은 성과들로 입증되고 있다. 산업계는 R&D 역량 강화를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의 확산,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품질 혁신으로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제약산업이 지닌 잠재력이 1400조원에 달하는 세계 제약시장에서 제대로 터질 수 있도록, 정부는 제약산업이 국가주력산업임을 선언하고, 건전한 산업 육성을 위한 보다 강력한 실천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리=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