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업계에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본인은 그저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메디파나뉴스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각 분야에서 눈에 띄는 활동을 하고 있는 전문가들을 선정했다. 그들의 소신과 통찰력을 직접 듣고 의약계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시각을 테마별로 전달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메디파나뉴스 = 이상훈 기자] 그야말로 다사다난, 바람 잘날 없는 나날을 보냈다.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과 국장을 거쳐, 대통령 비서실 보건복지비서관, 다시 복지부 차관. 그리고 퇴임 이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원장과 인제대학교 총장을 거쳐 위기에 빠진 제약업계를 구원하기 위해 나선 인물이 있다. 바로 올해 초 연임에 성공한 이경호 제약협회장이다.
 
그는 2010년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을 앞두고 5적 논란에 휘말려 내부 분열 조짐까지 보였던 제약협회장직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 들었다.
 
당시 취임을 앞뒀던 그의 답변은 남달랐다. "제약산업 자체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 제약산업 발전에 일조할 뜻이 있다"는 의지를 밝히곤 했다.
 
그렇게 이 회장은 한국제약협회장으로써의 역할이 시작됐다.
 
앞서 언급했듯 시작부터 순탄치 만은 않았다. 제약협회 창립 이래 처음으로 이사장 자리를 놓고 경선이 펼쳐졌다. 윤석근 일성신약 사장과 류덕희 경동제약 회장은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며 결국 표대결까지 전개했다.
 
대형제약사 중심의 류덕희 회장과 중견제약사 신임을 바탕으로 신진세력으로 분류됐던 윤석근 사장의 대결은 류 회장 승리로 마무리됐지만, 내부 분열 봉합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이후로도 이 회장이 넘어야 할 산은 많았다. 취임 직후 시행된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 2012년 초유의 약가 일괄인하는 잊지 못할 어두운 그림자였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제약업계에 입문해 제약업계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회무 능력을 과시하고 있는 이 회장을 만나 앞으로의 회무 방향을 들어봤다.
 
"신약개발-품질관리, 정책 초안자로써 가슴 뿌듯"
 
이 회장은 제약산업 진흥과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 관심이 남다른 인물이다. 제약업계와 첫 인연을 맺었던 복지부 시절 때문이란다. 그도 그럴것이 약무정책과장으로 자리를 옮긴 당시 물질특허 도입이라는 대변혁이 제약산업에 몰아쳤다.
 
그는 "물질특허는 제약산업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신약개발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였다. 신약개발 관련 심포지엄이 시작된 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당시를 돌이켜 보면 R&D 투자 지원 정책을 자신의 손으로 입안하고, 고 퀄리티 의약품 생산을 위한 GMP 제도 확산에도 최일선에 섰다는 것이 그의 추억이다. 어느덧 국내 의약품 품질 수준이 cGMP급까지 올라섰으니, 한마디로 인생무상이 느껴질 법도 하다.
 
생명공학산업이 붐을 일었던 2000년대 초반 보건산업진흥원장에 재임한 추억도 신약개발에 대한 관심을 높여줬다. 그런 그였기에 지난해 국내 제약산업이 이뤄낸 쾌거는 가슴 뿌듯하게 다가왔다고 한다.
 
"약무과장 시절과 비교하면 오늘의 제약산업은 많은 발전을 이뤘다. 특히 지난해 한미약품이 이뤄낸 기술수출 쾌거와 최대 규모 수출실적, 최다 국산신약 탄생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고 그는 언급했다.
 
671개 파이프라인…글로벌 진출 막바지 단계
 
지난해 한미약품 기술수출 대박으로 제약산업 신약개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이제는 그 결실을 수확할 단계에 있다. 이 회장도 공식석상에서 '(우리 제약산업) 글로벌 진출은 막바지 단계에 왔다'고 강조해왔다.
 
따라서 이 회장은 "지속적인 성과 도출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개별 제약기업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 시점에서 정부 지원책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회장은 "정부에서 제약산업 육성의지를 밝힌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조금 더 뒷받침해줘야 한다. 기존의 정책틀에서 완전히 탈바꿈되어야 한다. 1200조 글로벌 시장에 국내 개발 신약이 진출 할 수 있도록 말이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신약개발'을 국가적 아젠다로 설정하고 종합적인 육성책을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세, 보험재정, R&D 지원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중심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신약개발 지원 마스터 플랜'을 강조한 이 회장은 "각 부처별로 업무가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많다. 정부가 정말 신약개발 지원의지가 있다면, 기존 틀을 깨야 한다. 약가정책 등에 있어 획기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정부측에 '당근과 채찍'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제안했다. 회원사가 리베이트 문제가 있는 것이 발견되면 패널티를 줘도 좋은데, 성실한 기업은 약가로 보전 받아 R&D 투자를 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 회장은 업계 차원에서의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제약협회 차원에서는 다국적산업협의회와 매년 하반기 개최하는 '오픈이노비에션 컨퍼런스'의 내실화를 다짐했다.
 
이 회장은 "(한미 사례처럼) 오픈이노베이션이 중요하다. 다국적 기업과 파트너 관계를 가져야 한다. 협회는 오픈이노베이션 컨퍼런스를 국내기업과 다국적 기업간 네트워크 확대의 장으로 만들어 나가겠다. 오픈이노베이션 컨퍼런스는 어느덧 주요 다국적 제약기업 책임자급이 참여가 늘어나는 등 성과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