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로터리] 2001/03/20

21세기는 지식산업의 시대로서 정보 산업과 바이오 산업의 역할이 중시되고 있다.
특히 바이오 산업의 꽃인 제약 산업의 핵심은 신약 개발력이다. 세계 인구의 지속적인 증가, 건강에 대한 관심 고조, 난치병의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은 인류의 보건 향상에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유망 신약의 개발은 막대한 시설 투자 없이도 고수익을 안겨다 주는 황금알을 낳는 부가가치를 창출해 준다. 한개의 신약이 주는 연간 순이익은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업계의 순이익과 맞먹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신약개발을 위한 선진 다국적 기업들의 연구개발비 투자는 실로 엄청난 규모이다. 한개 회사가 보통 3,000명 이상의 신약 연구개발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선도기업들은 연간 4조원이 넘는 막대한 신약연구비를 쏟아 붓고 있다. 이는 연간 매출액의 20% 수준에 달하는 것이다. 국내기업이 약100여명의 연구인력에 매출액의 4% 정도를 연구비로 투자하고 있는 현실은 너무 빈약한 규모라 하겠다.

미국의 신약연구 중심 다국적 기업들의 해외 수출액은 매출의30% 이상을 차지하며, 스위스의 경우에는 생산 의약품의 90% 이상을 해외에 수출하는 등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신약개발을 수출 주도형 산업으로 적극 육성해 왔다.

우리나라의 신약연구개발은 지난 87년도 물질특허제도 도입에 따라 그 필요성이 대두되었으나, 아직도 우리의 신약개발 기반은 미흡한 실정으로 초보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비하여, 해외 다국적 기업은 이미 인간 유전체지도 완성을 통한 첨단 바이오 기술의 활용단계에 들어서 있다.

우리나라는 신약개발의 첫 과정인 신약 탐색단계부터 기술경쟁력이 크게 뒤떨어져 있다. 우리는 안전성평가기술이나 임상개발기술 역시 열악하여 해외 연구기관에 시험을 위탁해야만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기술경쟁력이 뒤지면 필연적으로 시장지배력을 잃게 된다.

국내기업의 크게 뒤떨어져 있는 기술경쟁력 향상은 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제약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기업의 대규모화를 적극 추진하고 아울러 수익력 증진을 통한 신약개발 투자재원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시급하다.

늦게 출발했지만 남보다 큰 걸음으로 뛰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조급하기만 하다.

/유한양행 김선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