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업 삼성서울병원 약제부장이 약업신문 청파시론에 기고한 글입니다.

우리 모두 기억하다시피, 2000년 7월 한 달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8월부터 본격적으로 의약분업이 시작되었다. 의약분업 이후 건강보험 재정의 적자가 대폭 증가하였고, 그 원인 중 하나가 약제비의 증가이다. 상대적으로 약값이 비싼 다국적 제약사에서 생산하는 Original약의 처방이 증가하였다는 점이다.

의약분업 전과 후의 비교를 위해 1,000병상 이상인 S종합병원을 대상으로 1999년도부터 2002년 8월까지 국내 제약사와 다국적 제약사로 구분하여 원내에서 사용하는 약품수의 변화, 약품 사용량과 점유율, 약품 사용금액 상위 20대 제약사와 상위 20대 품목의 변화를 조사하였다.

사용하는 총 약품수는 1999년 1,182품목에서 2002년 1,410품목으로 119% 증가하였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표 참조>, 국내 제약사 약품은 780품목에서 855품목으로 110% 증가에 비해 다국적 제약사 약품은 402품목에서 555품목로 138%로 엄청나게 증가하였다. 약품수 점유율 측면에서는 국내 제약사는 66%에서 60.6%로 감소한 반면 다국적 제약사는 34%에서 39.4%로 증가하였다.

원내 약품 사용금액으로만 볼 때 의약분업으로 인해 외래환자 처방이 원외약국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에 1999년 597억원에서 2001년 460억원으로 감소하였다. 다국적 제약사의 약품 사용금액은 197억원에서 194억원으로 소폭 감소하였으나, 국내 제약사 400억원에서 266억원으로 훨씬 더 많이 감소하였다. 그러나 의약분업 후의 약품 사용금액은 원외로 처방된 약품이 제외된 점과 이 원외 사용률이 약 50% 비중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해 재 산정해 볼 때 실제로는 엄청난 비율로 증가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S대학병원과 2개의 다른 종합병원에서도 동일한 형태로 관찰되었다. 1999년과 2001년 비교 조사결과 총약품수는 3병원에서 평균적으로 116% 증가하였다. 역시, 국내 제약사 품목의 증가율보다 다국적 제약사 품목수의 증가가 훨씬 많이 나타났고, 약품수 점유율면에서도 국내 제약사는 감소, 다국적 제약사는 증가하였다.

이상의 결과, 서울에 있는 4개의 대형 종합병원에서 의약분업이후 약품사용의 변화패턴이 유사하게 나타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전국적으로도 종합병원의 Original약품 사용이 분명히 늘어났으리라 추측된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신약을 개발하는데 미국이나 일본보다는 후진국이다. 신약개발의 과정을 살펴보면, 합성, 미생물, 천연물, 약리, 독성, 약동력, 임상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하고, 한 개의 신약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평균 12년의 시간과 수천억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이러한 엄청난 사업을 중소업체인 국내 제약사들이 담당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그래도 고무적인 사실은 최근 LG생명과학이 퀴놀론계 항균제인 팩티브에 대해 미국 FDA로부터 신약 허가를 득했다는 것이다. 우리 손으로 개발한 신약을 우리나라 의사들이 많이 써주고, 우리 제약사들이 향후 신약개발을 할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해 주기 위해 국산 복제약품이라도 많이 처방을 해주야 할 것이다.

대체조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 국내 제약사의 육성과 미래의 신약개발을 위해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미국의 통상압력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복제약품 사용에 대한 특혜를 부여 할 수 없다고 하는데, 미국 내에서도 복제약품을 조제해 주면 해당보험회사는 조제료를 더 준다던가 아니면 환자에게 부담을 덜어주는 혜택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국민이면, 의사, 약사, 환자 모두가 의도적으로라도 국내 제약사의 제품을 많이 사용해야겠다 라는 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국내 제약사는 이런 국민적인 성원에 힘입어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신약개발과 우수한 의약품의 생산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