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 한국제약협회 회장] 조선, 해운, 철강산업 등 과거 한국 경제 중흥기를 이끈 산업들의 구조조정론과 맞물려 대규모 실직사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우리나라는 수출 증가율이 16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고 실질적인 청년 실업자가 150만명을 헤아리고 있다는 소식도 마음을 무겁게 한다.
‘문제는 경제, 문제는 일자리’라고 한다. 대한민국 미래를 밝히는 것은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의욕이 좌절되지 않고 현실에서 충족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일자리는 추락이냐 반등이냐의 기로에 서있는 한국 경제 운명을 가늠할 바로미터다. 안정적인 고용은 우리 경제와 대한민국 공동체 유지에 핵심적 요소다.
국내 상장사 전체를 대상으로 지난해 고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상장사의 44%가 지난해 직원을 줄였고 기계·부품 업종은 고용 감소율이 전년 대비 -3.9%로 가장 심각하다. 조선·해운 -2.6%, 철강·금속 -2.2% 등 대부분 분야에서도 일자리가 줄었다. 반면 제약·바이오 업종은 지난해 고용증가율이 3.7%를 기록해 전체 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눈길을 끈 기사는 또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액은 2015년에 전년 대비 7.4% 감소한 데 반해 의약품 수출액은 같은 기간 32.6% 증가했다는 소식이다.
우리 제약산업이 일자리 창출과 수출 증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현실에 큰 보람을 느낀다. 이같은 성과는 제약기업들의 연구개발(R&D)과 최첨단 생산시설 투자 확대 등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제약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해마다 증가해 20%대에 달하며 R&D 비용은 1000억원을 넘어선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5%대에 머물렀던 것과는 격세지감이다. 지난해 한미약품을 비롯해 총 26건, 약 9조3000억원의 대규모 신약개발 기술수출과 5건의 신약개발 성과는 제약산업계의 R&D 투자 경쟁을 더욱 촉진하고 있다. 국내 제약산업계 R&D 인력 비중도 2003년 8%에서 2014년 12%로 지속적인 증가세다.
제약산업계의 고용 증대와 R&D 투자 확대, 수출 증대 등 관련 지표는 제약산업이 국민건강 증진과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실현할수 있는 창조경제의 핵심산업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단순 노동집약이나 서비스 산업이 아니라 생물, 미생물, 화학 등 기초생명과학과 의학, 약학, 통계 등 융·복합적 산업 특성을 바탕으로 부가가치가 높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산업의 강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우수한 연구인력 채용과 지속적인 R&D투자는 제약업계로서는 결코 양보할수 없는 과제다. 한미약품 사례에서 보듯 글로벌 무대에서 통할수 있는 신약을 개발하려면 연구팀이 10년이상 매달리고 매년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어야만 그나마 실날같은 대박의 가능성을 붙들 수 있는게 제약업 특성이기때문이다. 때문에 제약기업이 의지를 갖고 뚝심있게 신약 개발과 글로벌 진출을 추진해갈수 있도록 지원하고 격려해주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시급하다.
한국 경제가 침체의 골짜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만 하고 있을수는 없는 일이다. 이에 대한 돌파구를 찾아야 하며 앞서 예시한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약산업은 그 해답중 하나가 될수 있다. 제약산업이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것은 물론 더 많은 일자리 만들기와 글로벌 무대에서의 국부 창출로 보답할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조세감면과 세제지원 확대, 신약가치의 충분한 약가 반영 등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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