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약값을 무조건 깎아야 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제약산업은 발전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키워야 합니다.”

이경호(사진) 한국제약협회 회장은 “10년 동안 한국의 약가가 인하되면서 국내 제약사의 처방실적은 감소되고, 반대로 다국적 제약사의 처방실적은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국내 제약사의 경쟁력을 잃게 되는 것을 넘어서 ‘제약주권’을 상실하게 한다”고 말했다. 자국의 제약사가 사라지면 필수의약품을 비롯한 의약품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게 되고, 이는 건강 주권을 잃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이미 자국의 제약사가 무너진 필리핀의 경우 값비싼 수입 약에 의존하고 있다”며 “아직 우리나라는 자국 제약사의 시장점유율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60%를 넘지만, 약가 인하 등으로 그 경쟁력이 계속 약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국내 제약산업은 제대로 육성하면 경쟁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신약개발은 미국식품의약국(FDA) 기준으로 세계에서 10번째로 많으며, 임상시험 건수도 10위까지 올라섰다. 이 회장은 “제약산업은 고용창출뿐 아니라 많은 연구자 육성을 통해 다른 과학 연계 기술산업도 발전시키는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며 “정부가 먼저 제약산업의 성장을 둔화시키는 약가 인하 등의 정책에 대해 인식을 달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약가를 인하하기보다는 3∼5년 정도 기간을 두고 합리적인 선에서 상한가를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