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의약분업 이후 시작된 의약품 리베이트가 15년 세월이 흐른 지금 국내 제약산업에 색다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의약분업을 계기로 약 처방권이 약사에서 의사로 넘어감에 따라 제네릭을 팔기 위해 시작된 이 악습은 오랫동안 정부 규제와 업계의 자정활동이 전개되면서 어느 정도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도 제네릭 기반의 제약사들이 리베이트 없이는 영업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상위그룹이나 외자계기업, 일부 의식있는 중소제약사 사이에서는 리베이트의 고리를 끊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리베이트를 끊는 업계의 흐름이 이어지자 하나 둘씩 새로운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른 바 오리지널의약품의 매출 안정과 국내제약사들의 도입품목 증가 추세다.
 
리베이트를 하지 않고는 제네릭을 팔기 쉽지 않은 것이 우리나라 의약품시장의 현실이기도 하다. 적게는 수십개, 많게는 수백개 동일효능의 제품들이 출시되어 있는 가운데 의사들은 어느 약을 처방하느냐를 두고 약의 효능과 안전성 외에도 경제적 이익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의료계의 현실도 경제적 이익이 없는 의약품 처방을 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우선 모든 조건이 똑같다면 굳이 제네릭(카피약)을 쓸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제네릭을 처방하면 주변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자긍심이 매우 높은 우리나라 의사들은 괜한 오해를 받으면서 제네릭을 사용하느니 오리지널을 사용하려고 한다. 리베이트가 횡행했을 때는 개원가가 주로 제네릭을 많이 처방해왔다. 환자가 경제적 하위층이거나 영업사원 신뢰 관계에 의해서도 제네릭을 처방했지만 말이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리베이트 규제 강화 이후 오리지널약의 사용량은 결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리지널을 갖고 있는 외자제약사들이 안정된 시장 상황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는 이유다. 물론 정부 약가 인하 정책으로 인해 국내 의약품 시장 자체가 저성장 시대로 가면서 외자제약사들도 일부 고충은 있다.
 
업계에선 대체로 제약사 매출은 해마다 저성장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인하된 약가를 계산할 경우 볼륨(약 사용량)면에서는 지속적으로 시장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만성질환과 고연령화 추세가 시장을 성장시켜 나가기 때문이다.
 
'변화'는 외자제약의 오리지널 안정화 현상 뿐이 아니다.
 
국내 제약사로 눈을 돌려보면, 제네릭이 점차 설자리를 잃어 가면서 '도입품목'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리베이트를 쓰지않고 영업을 하자니 제네릭 영업이 쉽지 않고, 회사의 매출은 해마다 늘려야 하니 도입품목 밖에 답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회사가 외자사로부터 코마케팅 형태로 제품을 들여왔고 심한 회사의 경우 한 해 전체 회사 매출의 70%가 넘는 경우도 있다. 외자제약사가 필요로 하는 개원가의 영업 대행을 하고 있는 이 형태는 예전에는 영업망이 있는 국내사가 힘의 우위를 차지했으나 요즘엔 외자사가 힘을 쓰고 있다는 소식이다.
 
과거에 비해 국내 제약사에 주는 판매 마진을 크게 줄이는 한편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다른 회사에 품목을 주는 경우다. 그래도 국내사들은 매출 성장을 이뤄야 하기 때문에 마진을 따질 것도 없이 덥썩 받는게 요즘 처지다.
 
도입품목이 늘어날 수록 회사의 장기 경쟁력은 약해진다. R&D가 줄어들고, 나중에 회수됐을 때 빈 공백을 메울 길이 없는 리스크를 안아야 한다.
 
외자제약사들은 과거 한국시장이 고도성장을 하다가 정부 약가 규제(인하)로 저성장국면을 맞자 더이상 기회의 시장인 이머징 마켓을 보지 않고, 반(半)선진국 시장으로 인식, 매출 위주 관리에서 이익 위주 관리로 가고 있다.
 
과거에 한국법인이 매출만 늘면 이익이 절로 따라오는 형태가 아니다 보니, 매출은 한국법인이 알아서 하되 이익만 맞추라는 본사 오더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코마케팅 품목의 판매마진을 줄이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리베이트 규제 이후 다시 주목받기 시작하는 것은 CSO(판매대행사)의 활성화도 있다. 과거 CSO는 제약사 출신들이 개인회사로 품목을 받아 영업하면서 '리베이트의 온상'이라고 낙인찍히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정식 CSO회사들이 출범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정식 CSO회사들은 리베이트를 배제하고 사업부 체제로서 영업사원을 전문질환별로 교육시킨 뒤 현장에 내보내 경쟁사와 차별화하고 있다. 의사들에게 좀 더 다른 MR로 비추어져 실적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리베이트는 국내 제약업이 반드시 글로벌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필수근절항목이다. 리베이트 오명을 달고서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제약을 인정하지도 않고, 제약업계 구조조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M&A도 활성화되지 않는다. 재무제표가 불투명하고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리지널약이 많이 쓰이고 저가 제네릭이 덜 쓰이는 구조가 되는 것도 개선해야 할 방향이다. 구미 및 일본을 비롯한 각 국들은 제네릭 사용률을 점차 올려나가고 있다. 
 
또한 국내 제약사 경쟁력을 취약하게 만드는 도입 품목 증가세도 우려되는 부분으로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 한창 신약개발국으로 도약하는 2016년 이 시점에서 제약사들이 R&D에 투자할 역량이 부족해지기 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