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는 누구나 희망과 함께 기대를 갖는다. 특히 제약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높다. 지난해 한미약품(총 8조원 규모 신약 기술 수출계약)과 보령제약(고혈압 신약 멕시코 시장점유율 2위)의 성공으로 우리 제약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대한민국의 대표적 미래성장동력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국내외에 입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연구개발(R&D)에 대한 시각이 전반적으로 바뀌었다. 사실 제약사의 R&D는 10년 이상의 시간과 1조원 이상 투자에 있어서 성공 가능성이 10%도 채 안 된다. 이에 국내 제약사는 R&D보다는 제네릭(복제약)을 만들며 마케팅에 주력해왔다. 일부 제약사만 지속적인 R&D 투자를 해왔을 뿐이다.

이렇다보니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제약업계의 경쟁력은 점점 약화됐다. 하지만 한미약품과 보령제약 등의 성공은 제약업계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긍정의 에너지를 심어줬다. 더불어 국내 제약사의 세계시장 진출 속도를 높이는 계기도 됐다. 주요 제약사의 새해 시무식은 이런 분위기가 읽힌다. 대한민국에서 손색없는 미래 먹거리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제약산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 변화도 기대되는 한 해다. 광복 이후 국내 제약산업은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하며 국민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박카스, 아로나민, 삐콤씨, 활명수는 국민의약품으로 사랑받아 왔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들어 국내 제약사는 불법 리베이트로 인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최근까지도 불법 리베이트는 국내 제약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의 성과는 국민이 국내 제약산업을 새롭게 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다시금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된 셈이다.

결국 올해는 국내 제약산업이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이면서 국민으로 하여금 다시 사랑받는 산업이 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원년이다. 그런 점에서 제약사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지속적인 R&D와 투명한 경영활동이 그것이다. 정부도 제약사들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제도적·구조적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정부와 제약산업 간의 시너지가 발휘될 때 2020년 '세계 7대 제약강국'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병신년은 붉은 원숭이의 해다. 붉은 원숭이가 재주를 피우듯 국내 제약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맘껏 재주를 부릴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hsk@fnnews.com 홍석근 생활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