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테크놀로지(BT :Biotechnology)의 주류는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관절염.치매.암.후천성면역결핍증(AIDS)과 같은 난치성이며 퇴행성인 질병 치료제의 개발이다.

불행하게도 BT에 대한 한국의 역량은 한심할 정도로 미약하다. 지난 98년의 통계를 보면 한국 100대 제약회사의 연구개발비를 모두 합쳐야 2000억원으로 다국적 업체 1개사의 2조원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을 정도이다. BT에 대한 투자란 바로 이 같은 게임에 참여함을 의미한다. 이 게임의 법칙중 어느 것 하나 우리가 만든 것이 없으며 우리가 상대적 우위를가지는 분야도 현재로서는 없다.

그렇다고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존 의약 패러다임의 한계와 치솟는 의료비용, 생명공학의 눈부신 발전,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와 자연회귀 현상이라는 요인들이 게임의 법칙을 바꿀 불씨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 바이오산업으로서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현대적 질병은 대부분 영양과잉, 운동부족, 정신적 스트레스, 환경오염등에 의한 만성, 퇴행성 질병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질병들은 기존 개념의 의약으로는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없다. 게다가 항생제에 의하여 정복되었다고 생각되었던 세균성 질환 들은 내성을 갖는 변종의 세균을 통하여 대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300도에서도 견디는 '프라이언'이라는 변종단백질에 의하여 전염되는 광우병은 생명과학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있는 상황이다.

생명 시스템의 핵심에 존재하는 DNA의 디지털 구조를 발견함으로써 촉발된 생명공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복잡한 생명체계의 통합적 분석 및 진단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이는 기존 의약의 1차원적 개발체계의 비효율성과 오류를 개선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서양의 의학을 체계적이고 근원적 수준에서 통합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도 제공한다.

바이오산업을 선도하는 미국의 주요 소비 계층은 전통적 의료체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예방적이고 적극적인 형태로 바뀌는추세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1994년에는 건강보조식품에 대하여 매우 전향적인 새로운 법이 통과되어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대체의학국(NCCAM)이 생겼다. 미 식품의약국(FDA)에서도 생약성분의 신약심사를 시작하는 등,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다. 조만간 의약, 생약, 기능성식품은 많은 부분에서 시장을 공유하게 될 것이 확실하다.

한국 BT산업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현재주류를 이룬 생명공학기술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 즉 생명체에 내재돼있는 '자발적 치유' 체계의 진상을 파악하고 이를 최대한 활용하는 기술에 대한 투자가 시급하다.

지구 최초의 생명력은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조류와 같은 해양식물에서 비롯되며,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들은 원천적으로 식물로부터 생명력을 공급받고 있다. 따라서 관절염에서 치매까지 현대적 의약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각종 퇴행성 질환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바다와 육상의 식물에서 비롯된 생리활성물질을 통하여 생명력(즉, 자발적 치유능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옛 현인들은 인체와 자연을 하나의 생명체계로 인식하여 식물의 생명력을 통하여 질병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방법을 널리 채택해 왔다.

최근 들어 각종 식물들이야말로 안전성과 효능을 겸비한 생리활성물질의 무한정한 보고임을 인식한 생명공학 선진국들이 전 세계의 해양과 육지에서 식물다양성 확보를 위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것은 옛 지혜의 탁월성을 증명하고 있다.

푸대접을 받았던 우리 고유의 생명사상과 식물자원, 식품전통은 21세기에 들어 한층 성숙한 생명공학기술을 통하여 환골탈태할 수 있는 무한한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지금의 생명공학기술은 퇴행화의 과정과 자발적 치유 현상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효과적인 접근방법을 도출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동양적 철학과 서구과학을 동시에 깊이 이해하고 있는 드문 집단이다. 경제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생명공학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열고 동서고금의 생명철학과 과학을 통합적으로 연구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새로운 바이오산업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우리 손에 쥐어졌다.

/ 매일경제 테마진단 2001-06-16
/ 이행우 벤트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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