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유전체 연구 중요성 `대변'
* 게놈연구후 국가간 `바이오 열전' 예고편
* 국내 `학·연·산·관' 역량 집결시킬 때
스위스 제약회사 노바티스가 개발한 만성골수성 백혈병(CML) 치료제 `글리벡'이 지난달 27일 판매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글리벡 여운'은 쉽사리 가라 앉지 않고 있다.
글리벡은 유전체 연구에 푹빠진 대학교수진, 국공립 연구기관 연구자, 제약회사 관계자들에게는 부러움과 함께 도전욕구를, 일반인들에게는 `암 공포로 부터 해방'이라는 믿음을 감염시키고 있다.
말기환자가 걸어서 퇴원 함으로써 `기적의 약물'로 까지 불리는 이 글리벡은 국내 `學硏産官'에게 신약개발의 필요성을 다시 각인시킨 것은 물론 우리 모두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확한 메시지도 남기고 있다.
글리벡은 인간 게놈프로젝트 발표후 나온 첫 히트작으로 유전체연구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CML은 비정상적 염색체에서 만들어진 P120이라는 단백질이 백혈구 수를 이상 증식시켜 인체장기에 치명적 손상을 일으키는 혈액암이며, 글리벡은 바로 이 단백질이 방출하는 신호를 차단, 백혈구 증식을 막는 기전을 갖고 있다. 특히 인터페론과는 달리 정상 세포는 공격하지 않는다. 서울약대 김규원교수가 네이쳐 메디슨잡지에 기고한 암조직 혈관생성 억제 연구(본지 6월 18일자 9면)도 같은 맥락의 연구다.
글리벡은 우선 제약산업이 첨단산업임을 극명하게 입증했다. 하루 1알씩 영구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환자들은 1달치 약값으로 매월 2000천 달러(약 260만원)를 물쓰듯해야 한다는 점에서 `복음이자 재앙'이다. 그러나 매년 5000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미국과 유럽의 잠재시장이 연간 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어 이 회사에게 있어 글리벡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제약업계는 글리벡을 통해 `제약산업은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이므로 정부가 집중 지원해야 한다'는 그동안 의 주장을 보란듯이 입증했지만, 대신 상당수 제약회사들이 미투품목에 목을 메고 이를 가격으로 어찌해 보려는 현실을 고해성사 해야하는 부담도 안게 됐다. 제약회사의 미션이 연구개발이라는 사실도 몸으로 인정할 차례가 됐다.
정부도 `글리벡의 이펙트'를 보고 제약산업 발전방향을 재설정 해야 한다. 유전체 연구 등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정부는 이제부터 신약개발에 주력하는 제약회사들이 탄력을 받을수 있도록 선별적 집중 지원을 해야 한다. 이들이 유전체 연구를 통해 신약개발을 하고, 이 신약이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밑거름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글리벡이 완벽한 항암치료제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 보다 완벽한 약을 개발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암 종류 역시 200가지 이상이 되는 만큼 우리 제약산업에도 가능성은 얼마든 열려 있다. 문제는 인간 게놈프로젝트(HGP)에 이어 미국 일본 영국 등 10여개국이 참여해 단백질을 해독하는 인간단백질프로젝트(HUPO)에 우리나라가 빠진 점이다.
각 연구소에서 진행중인 유전체 관련 연구와 벤처기업 및 연구자들의 아이디어, 제약회사들의 의지를 하나로 꿰어 `보배'로 만들어 나가야 할 때다.
/ 약사공론 조광연 기자(kycho@kpanews.co.kr)
기사 입력 날짜 : 2001-06-29 17: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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