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인프라구축 시급, 다국적기업에 시장 빼앗길수도
* 이 글은 복성해 생명공학연구원장이 서울경제(11. 27)에 기고한 글입니다.
정보통신과 컴퓨터가 우리의 일상 생활에 깊숙이 파고 들어온 것은 불과 20 여년전부터다. 이제는 히말라야 산 속의 스님, 중세 수도원건물에 사는 노수녀님들도 휴대폰과 노트북 컴퓨터를 사용하는 모습이 TV 광고 화면에 등장하고 있다. 산업화에 늦었던 우리는 정보통신 혁명에는 잘 대비해서 인터넷 강국의 반열에 들어왔다.
인터넷 다음의 거대한 물결은 정보기술(IT)과 바이오 기술이 만나는 곳에서 시작될 것이다.
산업혁명이나 IT는 인간의 삶을 엄청나게 편리하게는 했지만 ‘편안하고 행복하게’해 주지는 못했다. 오히려 더 많은 공해와 스트레스를 가져다 준 측면도 많다. 바이오 기술은 굶주림의 해결, 난치병 정복, 수명연장 등으로 인간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생명공학(BT) 기술을 어떻게 개발하고 산업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바이오산업은 현재 산업화 초기단계에 있지만 20∼30년 내에 전 세계에 거대시장을 형성하는 주도적인 산업이 될 것이다.
또한 정보통신 분야와는 점차 융합하는 추세로 발전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의 강한 정보통신 기술기반과 우수한 인력은 바이오 산업 발전에 매우 유리한 입지를 제공하고 있다.
근래에 바이오 산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중앙정부ㆍ지자체ㆍ대학ㆍ민간기업 등에서 투자가 많이 일어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국가의 정책 및 투자에 대한 조정 및 지원이 더욱 강화되어야 하겠다. 먼저 연구개발 투자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 아무리 선택과 집중을 한다고 해도 현재의 투자수준으로는 국제경쟁이 어렵다. 금년도 바이오부문 정부투자 연구비 약 2억7,000만 달러(약3,200억 원)는 일본의 20분의1, 미국의 120분의1에 불과하다.
미국 생명공학회사 암젠이 한 해에 8억5,000만 달러, 제넨텍이 4억9,000만 달러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IT분야의 투자규모나 국가 예산규모를 감안하더라도 년간 1조원 이상은 투자해야 한다. 정보통신 분야에 지난 10여 년간 매년 1조원 이상이 투자한 것이 오늘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믿어진다.
두 번째는 생명공학 공공인프라의 확충이다.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확충하기 어려운 핵심 인프라는 정부 주도로 해야 한다.
예를 들면 국가영장류센터, 바이오의약품 제조기준 설비(cGMP), 대규모 생물시험공장, 독성ㆍ약리연구센터 등의 기본시설이 있어야 국내 의료산업이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의약분업 이후 고가의 수입 의약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데 기술개발력이 약한 국내 제약산업이 거대 다국적 제약사들에게 시장을 다 빼앗겨 버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세 번째는 국제경쟁 가능한 틈새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전통산업에 첨단 바이오기술을 접목해서 1∼2년 내에 산업화할 수 있는 단기적인 분야(예를 들면 식품에 치료물질을 첨가하는 기술), 국내 토종식물을 이용한 성인병 예방치료 식ㆍ의약품, 화장품 원료 등 2∼5년내에 성공할 수 있는 분야, 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노인 건강활력 식렝퓸璿?분야 등에 시장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된다.
네 번째는 바이오산업을 이끌어갈 인력양성에 지금부터라도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IT분야, 특히 소프트웨어분야에 20∼30만 명의 인력이 부족하다고 한다.
바이오인포마틱스(생물정보기술)등 첨단 바이오 분야에는 지금도 인력이 부족하지만 날이 갈수록 더 심각해 질 것이다.
미국의 어떤 IT회사에는 수 천명의 직원 중에 40세 이하가 한 사람도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40세 이하 기술인력은 전부 인도, 이스라엘, 중국 등 외국인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미국이니까 가능한 이야기지 한국의 연구환경에서는 외국인 우수 과학기술자들을 유치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IT와 BT의 기술융합 추세에 대응할 수 있는 고급인력의 양성을 위한 ‘생명공학전문대학원’(가칭)을 대덕연구단지내에 설립할 것을 제안하다.
앨빈 토플러 박사가 지적한 것처럼 한국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그 선택의 모범답안은 국가차원에서의 집중적인 바이오산업 육성이라고 믿는다. 이미 포스트 게놈시대에 돌입한 상황에서 늦어도 30년 이내에는 ‘바이오-이코노미’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10년 전 국제컨소시엄으로 출범된 ‘인간게놈프로젝트(HGP)’에 참여기회를 놓쳤던 우리가 작년 6월 선진국들의 인간게놈지도 완성 발표를 구경만 해야 했던 뼈아픈 경험을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겠다.
// 복성해 생명공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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