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우리협회 신석우 전무이사가 최근 서울시약사회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제약산업 육성 당위성과 정부의 보험재정안정대책을 이해하시는데 많은 참고가 될 것으로 개대합니다.

- 다 음 -

제약업계는 정부가 개혁차원에서 추진한 의약분업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보험재정안정화를 위한 일련의 정부 정책에 대해 많은 부담을 감수하며 적극 협조해 왔다.

특히 정부가 의약분업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전제한 실거래가상환제도 도입을 목적으로 보험의약품 가격을 평균 30.7%(약 9,009억원)인하하는 충격도 감수한 바 있다. 의약분업을 실시하면서는 소포장 공급과 약효동등성 확보 등으로 5∼6백억 원에 달하는 추가비용을 기꺼이 부담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약제비 절감대책과 관련한 몇 가지 오해

최근 정부는 보험재정안정화를 위해 모든 방안을 도입하며 다양한 약제비 절감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약제비 절감대책들은 국내 제약산업의 장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사안들이다.

제약업계는 정부가 보험재정안정을 위해 지나치게 약가인하에만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높다. 보험재정중 약제비가 지나치게 증가된 부분이 있다면 이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거나 국가재정투입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정부와 업계가 보험약가제도 전반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공유하고 약제비 억제대책에 접근해야 올바른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데 아직 실거래가제도 등 몇 가지 부분에 오해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그 첫 번째가 실거래가상환제도 때문에 약제비가 증가하였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총 진료비 대 약제비 비율은 99년 32.53%에서 2001년 23.59%로 오히려 줄었다. 다만 약제비의 절대액은 99년 3조 8천억 원에서 2001년 4조 2천억 원으로 늘어났는데 이는 자비부담 약국환자가 보험으로 흡수 된 것과 보험급여확대 및 처방공개로 고가약처방이 늘었기 때문이다.

둘째, 실거래가상환제도는 저가구매 동기가 없어 보험재정 절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실거래가제도는 약가마진확대를 위한 요양기관의 과다, 고가구입 및 오남용을 막을 수 있어 고시가제도보다 많은 보험재정절감효과를 가져온다. 고시가 제도에서는 아무리 저가구매를 해도 약가마진은 요양기관 몫이 되고 보험재정에 흡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거래가제에서는 사후관리시 상한가와 실거래가의 차액만큼 약가를 인하하고 요양기관에 대해서는 차액에 따른 부당이득을 환수 할 수 있다.

셋째, 실거래가제를 실시하며 약가를 평균 30.7% 인하했어도 대부분 비주력 품목만 인하했지 않았느냐는 시각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시중유통의약품 전품목(14000품목)에 대해 오리지날 품목 등 주력품목은 25%내외 비주력 품목은 50∼70% 인하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약가를 지속적으로 인하하면 보험재정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점이다. 제약업계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가격경쟁을 부추겨 약가를 지속적으로 인하하면 시장에서 저가약이 퇴출되는 반면 이 자리를 동일성분 중 고가약이 메워지기 때문에 보험재정은 오히려 증가 할 수 있다.

저가구매 인센티브 제도

이상의 오해된 부분을 지적하면서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험재정안정화대책 중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가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가 하는 점을 이 자리에서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의약분업과 실거래가상환제도는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의약분업의 기본취지인 의약품 오남용을 방지하고 보험재정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제도는 약품에서 마진을 제거함으로써 경제적 이윤동기에 의한 의약품 구매를 지양하고 꼭 필요한 약을 구입하게 하는 것은 실거래가제도 뿐이기 때문이다.

고시가상환제도는 정부가 고시한 가격 보다 싸게 팔고 그 차액을 의약사에게 제공할 수 있는 맹점이 있었다. 고시가 상환제도가 갖고 있는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실거래가상환제도이다. 의약품 가격에 마진을 없애는 실거래가상환제도만이 의사, 약사들이 의약품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것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바람직한 제도를 개악하여 약품에 마진을 제공하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는 의약품 오남용 사례와 불공정거래행위를 증가시켜 결국 의약분업의 근본취지를 크게 훼손하는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다.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는 일견 저가구매로 보험재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마진을 의식한 의약품 소비가 증가하여 보험재정은 더욱 악화되고 의료기관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이면계약 요구가 더욱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약업계는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로 인해 품질경쟁보다는 저가덤핑투찰 등 가격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이는 제약기업의 수익구조가 크게 저하되고 품질개선, 약효제고, 신약개발 등 R&D투자를 소홀히 하는 결과로 이어져 종국에는 기술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다. 제약업계는 현재 저가구매 인센티브 제도가 실거래가상환제도의 도입취지, 즉 약가마진 제거를 통해 의약품 오남용을 줄이고 불공정거래행위를 방지하자는 제도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는 처사라며 재검토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정부와 국회 등에 제출했다.

최저 실거래가 기준 가격조정

정부가 보험약가를 최저 실구입가격 기준으로 조정하려는 방안은 분명 재검토가 필요한 위험한 발상이다. 보험용의약품 가격을 가장 낮게 거래된 가격으로 인하하는 제도 또한 시장경제원리를 외면한 무책임한 발상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바이다. 이 제도의 맹점은 의약품 유통의 생리를 모르는 것으로 우선 제약회사는 도매상의 부당한 덤핑으로 인한 가격인하에도 속수무책 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약사법시행규칙에서는 100병상 이상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도매상을 통해서만 의약품을 공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나 제약사가 도매상에 공급하는 제품의 단가나 물량을 통제하는 것은 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에 제약사에서는 공급가격을 통제할 수 없다. 또한 약사법시행규칙에서는 의약품도매상이 실구입가격 미만으로 의약품을 판매하는 경우 행정처분 조치를 취하게 되어 있으나 정부는 사후관리를 실시할 때 도매상에 대한 행정처분은 취하지 않고 해당 제약사의 의약품 가격만을 인하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제품가격은 일반적으로 시장가격 조사자료의 가중평균값을 적용하는게 사회통념이다. 실거래가 조사자료 중 최저가로 조사된 자료를 기준으로 약가를 조정하면 사회통념상 시장가격으로 대표되는 가중평균가격 개념이 사라져버리는 문제점이 있다. 일본에서도 약가사후관리시 가중평균치에 일정한 가격폭을 가산한 가격을 기준으로 하여 의약품 가격을 조정하고 있으며 세계 어느나라도 최저가로 약가를 인하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 일반 상식이다.

무엇보다도 이 제도는 적정이윤 확보를 통한 R&D 투자로 21세기 주력산업으로의 도약에 대비하여야 할 제약산업의 성장기반을 약화시켜 국민보건복지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고되어야 마땅하다.

국내 30대 제약기업의 경우 최소한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분야에 투자해야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99년 4.9%, 2000년 5.5%, 2001년 5.89%로 매년 R&D투자비를 증액시켜 오고 있으며 향후 5년 이내에 매출액의 10%이상을 R&D분야에 투자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매출액의 10%이상을 R&D에 투자하려면 무엇보다도 적정한 약가이윤이 보장되어야 하며 이러한 이익구조를 토대로 기업스스로 R&D투자를 확대해 나가야만 가능해진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정부의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 및 최저 실거래가 기준 약가조정은 우리 제약기업의 적극적인 신약개발 투자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정부의 약제비 억제대책에 획기적인 방향전환이 있기를 기대하면서, BT시대 핵심산업인 제약산업이 R&D투자 확대를 통해 세계적인 신약을 속속 개발하고 국가경제를 주도하는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국민과 정부, 그리고 의약 전문인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을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