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제약협회 신석우 전무>

= 약값 내리면 오히려 올라가는 원리 알만한 사람은 다 알아
= 최근 제약경기 나빠도 10%선 성장 유지할 것 전망
= ‘아프면 참는다’는 소비자 의료이용 행태 변화도 영향
= 제약협회는 의약계전경련, ‘쓴소리’도해야 동반자 자리매김

* 이 자료는 비즈앤이슈 34호(7월 18일)에 게재된 글입니다.

한국제약협회 전무이사 자리는 단순히 협회의 살림꾼이 아니다. 제약산업의 육성과 회원사간의 이견 조정은 물론 대정부 및 의약단체들과의 긴밀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여 제약기업의
발전을 이끌어가야 할 중요한 위치에 있다. 따라서 때론 협력으로 때론 투쟁으로 맞서야 하는 고달픈 자리이기도 하다.

한국제약협회 신석우 전무이사. 그는 33년간의 보건복지
부 공직생활을 마치고 제약업계의 조율사로 부임한지 4년3개월이 지났다. 그가 바라보는 제약업계의 현실과 미래 비전을 들어본다.

최근 제약경기가 사상 초유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원인과 대처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원래 의약품은 비탄력성 상품이나 국제적인 경기침체나 대내외적 경제 환경이 좋지 않아 제약업까지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소비자 의료이용 행태가 ‘아프면 참는다’는
의식으로 변화하여 병의원에 가는 환자수가 20~3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정부가 보험재정 개선을 위해 요양기관의 의약품 심사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함으로써 처방 행태가 자유롭지 못한 것도 제약경기 저하 요인으로 분석된다. 분업 이후 항생제, 항
암제 등의 사용량이 약 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노인인구 증가, 정부의 보험 적용범위 점차 확대 등에 의한 의료 이용률 증가로 타 산업 같은 절대적 위축은 되
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예년 의약품 사용실적을 보면 1998년 IMF 제외하고는 매년 10%내의 성정을 해왔다. 따라서 올해도 10%내의 성장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처방안은 제약업계가 국민의 신뢰 속에 가격경쟁을 지양하고 품질경쟁으로 제값받기를 하여 이익구조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또 혁신적인 신약개발은 어려워도 개량신약, DDS, 생
동성시험 대체조제품목 생산에 주력하고, 과잉생산을 지양하며 제품의 전문화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살 길이다.
2000년도 매킨지 한국 보고서에 의하면 ‘과잉생산, 과잉공급, 과당경쟁이 망하는 기업이다.
기업의 전문화로 명품을 생산하는 것이 살길이다’고 지적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의약분업 시행을 기점으로 약가제도 등 여러 가지 제도가 바뀌었다. 그동안 변화와 문제점은 무엇인가?

= 보사연 연구자료에 의하면 의약분업을 실시하면서 소포장 생산으로 생산원가의 21.65% 상승요인이 있었던 것으로 되어 있다. 반품율도 의약분업 전 5%에서 의약분업이후 7.23
%로 증가했다. 또 6000여 품목의 약효동등성시험으로 약300억원의 추가부담이 나타나고, 생동성시험도 1품목당 5000~7000만원이 소요된다, 이렇게 의약분업을 위해 제약산업은 엄청난 추가비용이 들어갔다. 그런데 약가가 계속 인하되어 이익구조를 개선하기 어렵게 되었다. 약가제도가 지나치게 엄격하게 운영 될 뿐만 아니라 사후관리도 연4회(의약분업 전 2회)로 운영되어 인하율과 인하품목이 대폭 늘어났다.
약가 인하가 보험재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는 약가를 담당했던 복지부 공무원이면 모두 이해한다. 가격을 인하하면 결국 다른 고가약이 발매되어 오히려 약가 인상요인을
만든다는 논리이다. 한마디로 말해 정부에 약가인하 업무 담당부서가 있으니 계속 인하 작업을 하고, 이것을 보도자료용으로 발표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저가 필수의약품 퇴장방
지’정책도 나오는 것 아닌가. 왜 정부가 할일만은 제약회사에 에너지를 낭비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한마디 더하면 최저실거래가제도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한곳에서 가격을 어겼다고, 그것도 제약회사의 의지와는 별로 관계도 없이 일어난 사안을 가지고 모든
가격을 낮추는 것은 모순 중의 모순이다. 이러한 것은 제약회사의 R&D 투자 여력을 저하시키고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인 제약산업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다국적기업이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이는 결국 국내 기업의 위축을 말하는 것인데 국내 제약기업의 경영 활성화 방안은 무엇인가?

= 국내기업은 성장이 저하되거나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현상이다. 가격경쟁에서 우위에 있는 국내 기업은 품질경쟁도 함께해야 한다. 적은 비용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R&D 투자확대와 해외기업과 제휴하여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그리고 의사의 처방도 같은 효능이면 국내 제품으로 대체해주어야 한다. 제네릭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미국도 FDA 등 국가기관이 앞장서 제네릭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의사의 저가필수의약품 처방에 대한 인센티브제도를 보다 확대하고, 저가약 대체조제시 약사에게 지급되는 인센티브제도를 제네릭 의약품을 처방하는 의사에게도 주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본다. 물론 협회는 다국적기업이나 국내기업이 함께 발전하는 윈윈전략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다.

공정경쟁규약은 잘 지켜지고 있는가? 올 봄 학회 시즌에는 비디오 촬영까지 하는 철저한 사전, 사후관리를 했다고 하는데 어떠한 사후조치가 있었는가?

=2002년 3월 공정경쟁규약협의회 운영소위원회를 구성하고 회원사 소속의 과, 차장급 직원 12명이 제약협회에 파견되어 연중 상근하고 있다. 학회 현지조사는 물론 국제회의 조사
등을 통하여 공정경쟁 풍토가 매우 확산되고 있다. 한가지 예로 모 학회의 참석자들은 제약회사가 후원하는 행사에 참여하지 않고, 학회 주최 골프 행사에도 제약회사의 참석을
기피하는 경우도 있었다.
실무위원회가 학회 행사가 있을 때마다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제약회사에 사전지도 활동을 펴고 있으며, 제약회사도 학회를 후원할 때는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먼저 문의하여 행
동하는 형태로 정비 되어가고 있다.
1회 위반의 경우 시정권고(이사장단 회의를 거쳐) 조치, 같은 사안에 대해 2회이상 위반시 경고조치와 동시에 공정거래위원회에 통보하여 조치토록 하고 있다. 아직 동일사안으로 2회 이상 위반한 사례는 없으나 시정권고 조치를 받은 회사는 10여개 업체가 된다.

제약협회가 ‘IT시대에서 BT 시대로’를 주장하며 고부가가치의 의약산업 육성을 강조해왔다.

= 작년 9월12일 스코틀랜드와 3자가 바이오산업 정보교류 및 바이오센터 설치 계약을 체결하고 기획예산처에 53억원의 예산 지원을 요청한 상태이다. 또 8월 4일부터 5일까지 미국
메릴랜드 주정부와 한미간 바이오벤처기업, 제약회사 상호협력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노무현대통령도 김화중 복지부장관에게 보건산업진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협회 김정수 회장이 1월부터 강조한 BINT(Bio, Information, Nano Technology) 신기술융합산업 육성방안에 대해서는 모든 정부 부처가 공감하고 있으며, BINT가 정부의
공식용어로 자리 잡고 있다. 과학기술부도 BINT에 1조6000억 지원 사업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신약개발지원자금은 2003년 160억원에서 2004년에는 280%가 증가한 456억원을
요청해놓고 있는 상태이다.

일반약 활성화가 여러 차례 논의되고 있다. 좋은 대안이 제시되고 있는가?

=가급적 안전성, 유효성이 확보된 의약품은 일반약으로 분류를 확대하며, 일반약은 의사 처방 없이 약국 구입이 가능하다는 대국민 홍보를 전개할 계획이다. 의약품 광고에서도 일
반약 보급 확대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중광고가 금지된 33개 약효군에 대해서도 유효 안전성이 확보된 품목의 광고 완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것들은 보험재정의 안정화
와 국민 의료비 절감에도 효과적이다. 약의 주인은 약사이며 일반약 활성화는 약사가 앞장서야 한다. 소비자들의 셀프메디케이션 분위기 확산도 일반약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협회 광고심의위원회에서 “일반약은 대중광고를 할 수 있으며 병의원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라는 문구를 모든 일반약 광고에 삽입하는 방안도 논의되었다.

최근 정부의 각종 단속행위에 대해 “어려운 시기에 너무한다”는 짜증스런 목소리도 들린다고 하는데?

= 협회 입장에서는 GMP 기준에 맞는 우수한 의약품을 생산하여야 한다는데 시시비비할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부가 단속행위를 할 때는 기업도 지도를 잘 받았다는
느낌을 주고, 단속의 당위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처벌위주보다 지도위주의 단속을 하라.

한국제약협회는 ‘의약계의 전경련’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나 의약계에 하고 싶은 ‘쓴 소리’도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 BINT가 미래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여야 한다는 것이 제약협회의 기본 전략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약기업의 이익구조 개선이 무엇보다도 절질하다. 그런데 정부가
업소간 저가화 경쟁을 유도하는 등 한없는 가격경쟁을 유발시켜 기업의 이익구조를 악화시키고 있다. 이것은 정부가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다. 보험제도에 도움이 안 되는 연4
회 약가관리는 행정의 낭비일 뿐이며, 당장 연 1회로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사나 약사도 의약품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욕심보다, 제약산업 육성이 나의 영역을 확대 하는 수단이며, 미래의 발전이라는 공감대를 가져주었으면 한다.
이러한 말이 ‘쓴 소리’가 될지는 모르나 이제 제약업계도 할말은 해야 ‘봉’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상호협력의 동반자로 자리매김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