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방적인 약가인하 제약산업 파탄불러
= 보험재정 고갈 해소 위해 균형적 수지조정 절실
= 미국 교민 한국건너와 수술받는 이유 음미해야

* 이 기사는 약사공론 창간 35주년 특집호(7. 17)에 게재된 글입니다

보험재정 안정과 보험약가 정책은 숙명적으로 평행선을 걸을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특히 의료 인프라가 확실하게 구축되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에 의해 의약분업이 강제 실시된데 따른 후유증이 최근들어 보험재정 고갈과 과도한 약가인하라는 측면에서 심각하게 부각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국민건강을 향상시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국민에 대한 의료혜택이 확대돼야 하겠지만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보험재정 투입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일정 부분의 의료보험료와 국민 세수를 통해 보험재정을 완전하게 보상하기에는 아무리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라 해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최근들어 자유 시장경제 체제하의 자본주의 국가들이 겪는 최대의 정책 혼란이 바로 의료보장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음이 이를 입증한다.

의약분업 시행 3년째를 맞이한 우리나라가 겪는 가장 큰 시련 또한 파탄지경에 직면한 보험재정과 이로인한 무분별한 보험약가 인하 정책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보험재정이 건전해지려면 수입·지출의 균형 유지가 필연적이다. 보험재정상 수입은 현재 국민이 지불하는 의료보험료가 가장 큰 부분이며 필요에 따라서는 적절한 수준의 국고 보조가 동반돼야 한다. 한때 일시적으로 언급됐던 담배세 등 간접세를 통한 부수적인 수입도 가세할수 있다.

지출이라면 이른바 수가로 일컬어지는 병의원 약국등 요양기관에 대한 진료비와 조제비로 대변된다. 충분한 연구를 통해 보험재정의 수지 계산을 맞추지 못한채 정부가 정책적으로 의약분업을 강제 실시한 여파로 진료비등 수가의 일정부분이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으나 이는 편협된 생각이다.

국민소득의 차이는 있겠지만 OECD 회원국중에서도 우리나라의 진료수가나 조제수가는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떨어지는 상황이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들이 필요할 경우 우리나라에 건너와 특정 수술을 받고가는 실정이며 소요되는 항공료 등을 감안하더라도 저렴하다는 평가는 괜한 소리가 아니다. 진료나 조제 수준에 비해 우리나라 의사 약사들이 받는 수가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됐다는 의미다.

정부는 의약분업 실시를 전제로 미흡하나마 수가를 상당부분 현실화했고 그로인해 부족해진 보험재정을 보험약가 인하로만 메우려 한데서 최근에는 제약계와의 마찰에 직면하고 있다.

실제로 보험제정중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상황이다. 작은 부분을 아무리 많이 절약한다 해도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날수 없으며 오히려 약자만 탄압한다는 비난이 커지기 십상이다. 절대 수입인 보험료 인상 없이, 수가의 재조정 없이, 요양기관 부정 청구의 완전한 척결없이 약자로 일컬어지는 제약회사의 약가만 인하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물론 의약분업 시행이전 일부 제네릭의약품의 과도한 이윤추구로 제약계의 불법 암거래가 횡행했던 것을 부인할수는 없다. 우수한 브랜드 제품과 경쟁을 위해 제네릭업체로서는 보이지않는 리베이트 제공이 불가피했고 요양기관들도 이를 적절히 활용하여 부족한 수가부분을 채웠던 것이 현실이다.

의약분업으로 수가가 일정부분 현실화된만큼 공공연하게 뒷거래됐던 리베이트 부분을 약가 인하를 통해 바로잡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지만 일률적이고 일방적인 약가인하 정책으로 인해 제약계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견디다 지친 제약회사들이 최근에는 정부의 과도하고 일방적인 약가인하를 바로 잡아달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사법부에서 잇달아 제약회사측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앞으로는 정부로서도 지금까지 처럼 횡포에 가까운 약가인하를 단행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제약회사 나름대로 약가인하의 타격을 줄여나가는 방법도 터득했다. 특정 의약품의 약가가 인하되면 생산이나 출하를 중단하고 유사한 새 제품으로 대체하면서 오히려 약가를 높게 책정받아 수익 구조를 개선해가고 있다. 정부의 약가인하와 제약사의 신제품 대체라는 악순환을 거듭하는 셈이다.

건강보험공단은 금년 최대 역점사업으로 보험재정의 수지 균형을 선정하고 당기 수지 흑자전환을 선언했다. 의료보험료 100% 징수를 비롯하여 보험재정 투명성 실현을 실천방안으로 제시했다. 약가인하를 통한 보험재정 절감이 들어있지 않은 점은 정부도 더이상 약가인하의 효력이 없음을 알고있다는 뜻이다.

보험재정 건전화를 위한 방안으로 사회 각계 극층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고 있다. 효과는 같으면서 가격이 저렴한 제네릭 대체조제 활성화를 비롯하여 자가치료 권장과 일반약 활용 강조, 건강보험 상환 대상의약품 재조정과 보험등재 의약품 평가 강화, 급여 적정성 평가를 통한 처방 적정화, 환자 본임부담 정률제 시행, 사보험제 도입으로 의료 차별화 등이 대표적이다. 성분명처방과 의약품 분류상 일반약 확대 만선환자에 대한 처방전 리필제도 확입 치료보조제에 대한 보험적용 제외 등도 시시때때로 입에 오르내린다. 국민과의 합의를 통한 보험료율 인상 방안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어느 곳에서도 약가인하를 통한 약제비 절감은 보험재정 건전화 방안으로 부각되지 않고 있다. 더 이상의 약가인하는 가뜩이나 위축된 약업경기를 더욱 압박하고 결국 외국의 거대 다국적기업에 국내 제약산업을 송두리채 넘겨버릴 것이라는 우려마저 일고 있다.

자료열람과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최저실거래가제 보험약가 사후관리제도가 곧 실시된다는 후문이다. 제약회사로서도 참을만큼 참았다며 대대적인 행정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이다. 정부와 제약사간의 보험재정과 약기인하를 둘러싼 암투는 피치못하게 계속될 공산이다. 양방간의 합리적인 해결방안 도출이 시급한 실정이다.

/ 윤창섭 기자 csyoon@kp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