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원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
갈원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국내 제약업 발전을 위해서 벨기에 수준의 파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점차 수출 비중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더욱이 부가가치가 높은 바이오의약품은 이미 수입보다 수출이 많은 상황입니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차세대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합니다.” 

갈원일(63)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은 12일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미래에 대해 “그동안 해외 진출이 일부 기업의 특별한 성공케이스였다면 이제는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해외에서 경쟁할 역량은 갖췄다고 확신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갈 부회장은 올해로 28년째 협회에서 일하고 있다. 그만큼 국내 제약산업의 성장과 함께 위기 등 ‘산전수전’을 겪었다는 의미다. 갈 부회장은 “과거에는 한정된 국내 시장에 적당히 안주했다면 이제는 수준 높은 연구개발(R&D) 역량을 바탕으로 새롭게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게 온몸으로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그가 이렇게 확신하는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국내 제약업계 수출액은 2011년 23억7070만달러(약 2조5700억원)에서 2016년 34억7570억달러(약 3조7700억원)로 5년간 50% 가까이 늘었다. 특히 원료의약품의 경우 수출 증가로 자급도가 2011년 13%에서 2015년 31.6%까지 늘어났다. 항체·독소·백신 등 바이오의약품은 이미 수입보다 수출이 더 많다. 단순히 수출만 늘어난 게 아니다. 갈 부회장은 “해외법인을 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72곳에 달하고 이 중 18곳은 생산시설, 8곳은 연구소를 운영하는 등 해외 현지화 기틀을 마련하면서 질적으로 달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중 미래형 신산업으로 ‘제약·바이오산업’을 포함했다. 정부차원에서 미래산업에 ‘제약산업’을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갈 부회장은 “제약산업을 육성하려면 벨기에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벨기에는 경기도 크기에 불과하지만 글로벌 30위권 제약사 중 29곳이 R&D센터와 지사를 둘 만큼 제약산업에 있어서는 강국에 속한다. 이 나라는 전체 국가 R&D 투자의 40%에 육박하는 15억유로(약 2조원)를 제약산업 R&D에 투자한다. 특히 신약개발에 집중한다. 외국기업이 벨기에에서 신약 임상시험을 진행하면 세금을 감면하는 한편, 임상시험을 신청할 경우 2주 안에 허가를 받을 정도로 절차를 간소화했다. 갈 부회장은 “신약 완제품 수출이 아니더라도 기술수출 등 다양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R&D 지원이 절실하다”며 “제약·바이오 R&D 투자액 중 정부 비중을 현행 8~10%에서 2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제약업은 사회적 성격이 강하다. 건강보험이 약값의 대부분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갈 부회장은 “국민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산업인 만큼 정부도 제약업이 발전해야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도움을 준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위해 약가를 인하하기 보다는 적절하게 약가를 책정해 제약사가 다시 R&D에 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