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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앤라이프 송보미 기자] 의약품 전 성분 공개로 소비자의 알 권리는 충족됐지만, 일반 소비자에게 의약품 성분명은 어렵기만 하다. 성분명만 보고 효능을 오역하거나, 의료인의 복약지도 없이 스스로 복용 정도를 판단하는 등의 위험성도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의약품정책실 엄승인 상무는 의약품 정책 전문가이자 약사다. 그에게 의약품의 안전성, 전 성분 공개 제도 시행에 관한 제약업계 이야기를 들어봤다.
Q.의약품 전 성분 표기제가 소비자에게 주는 직접적인 효과는 무엇인가?
의약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불안은 항상 존재했다. 이번 전 성분 표기제 시행으로, 가습기 살균제 등과 같은 유해성분 공포 등 어떤 게 들어있을지모른다는 식의 불안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전 성분 표기에 안심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나 약사의 복약지도와 함께 복용해야 하는 것이다. 약은 용법, 용량, 효능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성분만 보고 스스로 해석하는 것은 자칫 위험할 수 있다.
Q. 똑같이 전 성분 공개를 하지만, 공산품과 구분되어야 한다는 말을 하셨다. ‘공산품’과 ‘의약품’이 어떻게 다른가?
공산품은 무엇을 넣어 만들 것인지 사전 신고하거나, 실험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는 의무가 없다. 그러나 의약품은 다르다. 엄격한 인체 안전성을 포함한 안전성을 거쳤고, 제조에 들어가는 모든 성분이 0.01mm의 작은 용량이라도 예외 없이 의약품 규격에 맞아야 한다.
원료로 적합한지 사전 서류를 제출하고,허가 받은 원료만 사용한다. 또 제조 가이드라인을 오차 없이 준수하고 실험으로 안정성과 효능까지 입증한다. 만약 제조 과정 도중에 약이 잘 뭉쳐지지 않아 부형제를 조금 추가 한다면, 이역시 다시 서류를 만들어 제출하고 재검사를 통해 허가 받으면 그때 다시 제조하는 식이다.
공정자체가 굉장히 디테일하고 제약사가 마음대로 바꿀 수도 없다. 의약품의 성분에 대해선 안심 하셔도 된다는 이야기다.
Q. 미국의 경우 약효성분과 기타성분의 전 성분을 표기하고 있지만 함량표기가 없다. 국내는 보존제의 경우 함량까지 표기한다. 이유는 무엇인가?
보존제의 경우 유독 안 좋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소비자 민감도를 반영해 함량까지 표기한다. 일반 소비자의 경우 막상 함량 숫자만 보고 많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의약적 관점에서 보면 엄밀한 실험을 통해 안전이 검증된 복용량의 범위 한도에서 미미한 용량만 사용하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
의약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색소, 보존제 등은 식약처 기준이 이미 정해져 있다. 제약사는 그 정해진 목록 안에 있는 성분과 용량만 사용한다.
Q. 첨가제 중 보존제, 타르색소, 동물유래성분을 먼저 표시한다. 이 세가지 성분을 먼저 표시하는 건 왜인가?
보존제와 마찬가지로 타르색소, 동물유래성분도 소비자 민감도가 높아서다. 마찬가지로 엄격하게 정해진 용량을 극소량만사용하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
의약품의 성분들은 다 저마다의 역할이 정해져있다. 맛이나 모양을 낼 필요가 없는데, 굳이 필요하지 않은 성분까지 사하며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는다. 의약품은 인체 안전성을 포함한 임상시험을 거쳤다.
임상시험 결과가 조작되지 않는다면 의료인이 개입해 관리감독하기 때문에 공산품 처럼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Q. 전 성분이 공개 되지만, 성분명이 낯설다. 자칫 명칭의 어감이 주는 느낌으로 실제 효능을 오역할 수도 있지 않은가?
이번 제도 시행에 대해 학계에서 가장 우려 했던 부분이다. 낯선 단어는 기존의 경험이나 맥락을 기반으로 해석하기 쉽기 때문인데, 성분명만 보고 ‘안 좋은 게 왜 이렇게 많이 들었나’ 걱정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타르색소’의 경우 담배에 들어가는 타르와 전혀 상관이 없다. 또한 ‘유당’은 설탕 같이 느껴질 수 있는데, 이 역시 오역이다. 성분만 보고 소비자 스스로 효능을 판단하기보다 의료인을 통한 복약지도를 통해 자세히 설명을 듣는
것이 좋다.
Q.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제약업계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하나의 약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의 책임은 허가권자인 제약사에게 있다. 또 질병을 치료하고 인간의 생명과 직접 연관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윤리의식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를 위해 ‘부작용 피해구제’ 기금을 국내 모든 제약사가 100% 충당하고 있다. 의사와 약사의 조제 및 복약 안내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제약사의 제품에도 하자가 없는데 개인의 면역체계 등으로 의약품 복용 후 문제가 발생하는 0.1%의 예외 경우까지 책임진다는 의미다.
부작용 피해구제는 의약품 뒷면에 전화번호와 함께 안내돼있다. 이 기금은 안전관리원에서 집행한다. 부작용 등으로 문제를 겪는 경우 이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소비자들께서 인지하고 계시면 필요할 때 유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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