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협회 이경호 회장 4월16일 보건의료제도개혁 토론회 발제
한국 제약산업의 글로벌 도전과 과제
안녕하십니까? 한국제약협회 회장 이경호입니다. 오늘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보건의료산업의 현 주소를 진단하고 관련 정책의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뜻깊은 토론회에서 제2세션 발제의 말씀을 드리게 된 점을 매우 고맙게 생각합니다.
이 시기 국내 제약업계는 산업 발전과 국민들의 인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2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제약산업이 이제 글로벌 기업으로의 큰 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마지막 단계에 진입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세계 제약산업은 전 지구적인 고령화 가속, 만성질환 및 신종질병의 증가, 웰 에이징에 대한 욕구 증대와 새로운 의료기술의 출현 등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2012년 기준으로 세계 제약시장 규모는 1,000조원대에 달하며, 자동차산업 600조, 반도체산업 400조원대와 비교해볼 때 얼마나 압도적으로 큰 규모인지를 알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거대 시장의 75%를 미국과 유럽, 일본이 차지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약 19조원 규모로 세계 시장의 비중은 2%에도 미치지못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약가규제가 강화된 2010년이후 외형적인 규모에서 볼때 사실상 정체되어있다고 할수있습니다.
글로벌 측면에서 볼 때 규모의 경쟁력, 연구개발 투자, 수출비중 등에서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 객관적 진단입니다. 상장 제약사들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2013년 기준으로 평균 8% 수준으로 세계적 제약사들의 20%대에는 아직도 미치지못합니다. 수출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2000년대 중반이후 다국적 제약사의 한국내 생산공장 철수와 수입의약품 증가 등으로 3조원대의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양상입니다.
사실 연원을 짚어보면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경우 비교적 긴 역사에도 불구, 지난 1960년~70년대에 제약원료 국산화 시대를 거쳐 비로소 1990년대이후에야 신약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볼 수 있어 선진국들에 비해 많이 뒤쳐진 측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국내 제약산업이 가진 잠재력과 미래 신성장동력으로서의 산업 가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으며 정부와 언론, 국회에서도 이같은 점을 주목해주시길 바랍니다.
세계 10번째 신약개발국인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연구개발 경쟁력은 이제 본격적인 상승기를 맞고 있습니다. 1999년 첫 국산신약을 만들어낸 이래 해마다 2, 3개씩의 신약을 개발, 지난해 국산신약 20호 시대를 열었습니다. 급성장하고있는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도 우수한 BT(생명공학) 인프라와 뛰어난 임상시험 능력, 최고 수준의 IT 기반기술을 강점으로 잇달아 개가를 올리고 있습니다.
국내 제약산업은 R&D 역량 강화와 더불어 선진국 수준의 생산 및 품질관리 경쟁력을 확보해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2000년대 중반이후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인 GMP 선진화 프로젝트에 따라 미국 등 선진국이 적용하는 cGMP 기준에 부합하는 생산기반 구축을 위해 3조원이 넘는 비용이 투입됐습니다. 특히 국산의약품의 품질과 관리 능력에 대한 국제적 보증서라 할 수 있는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의 2015년 이전 가입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2014년 4월 현재 42개국 44개 기관을 회원으로 이 기구에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가입하게 되면 국가 간 현지 의약품 생산공장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면제할 수 있는 국가간 상호인정(MRA) 체결 협상이 용이해져 수출 비용 감소와 시간 단축 등으로 외국 판로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난 3월 실시한 제약산업 국민인식조사에서도 국민들께서 우리 제약산업을 아직은 선진국 수준으로는 인식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표적인 생명공학산업이자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여기고 있으며 글로벌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난바 있습니다.
2014년 이 시점에서 국내 제약산업에 주어진 시대적 과제는 R&D 투자를 통한 신약 개발, 리베이트 추방과 투명한 유통질서 확립, 글로벌 진출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좋은 의약품을 만들고, 이를 무기삼아 좁은 내수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무대에서 판을 벌려야합니다. 글로벌 시각에서 시장성을 예측하고, 질환별 시장개척 전략도 세우면서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한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참여를 통한 파트너십 강화 등이 필요합니다. 또 국제적 기대수준에 걸맞은 윤리경영이 제약업계에 확고히 자리잡는 것 또한 우리 제약산업이 세계 무대에서 당당하게 인정받기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할 선결과제입니다. 한국제약협회는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윤리 헌장과 실천 강령을 엄정하게 만들고, 현행 공정경쟁 규약도 철저한 심의 및 준수를 통해 리베이트와 완전히 단절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우리나라가 1000조 세계 제약산업의 변방에서 신흥 중심국으로 발돋움하기위해서는 업계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지원, 정책적 뒷받침도 매우 절실합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우리 제약산업의 역량은 결코 글로벌 수준에 뒤지지 않는다고 확신합니다. 국제수준에 부합하는 GMP 시설 구축과 선진국 수준의 의약품 안전관리 시스템, 생명과학분야의 탁월한 기초연구 경쟁력과 화합물개발 능력, 저렴하고 질 높은 임상시험 기반 등은 손색이 없습니다. 다만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한 소요 비용이 막대하고 투자금의 회수기간이 긴만큼 개별 기업만의 연구개발 투자에만 기대하기는 어렵고 특히 국내 제약산업의 규모가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할 때 영세한 만큼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국가들처럼 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국가 R&D 자금의 획기적인 지원 확대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특히 바이오신약 분야에 있어서는 더욱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실을 기다려주는 지원정책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은, 정부의 제약산업 부문 R&D 투자가 여전히 미흡한 것은 물론 국내 개별 제약기업들의 연구개발 재원 마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약가 문제가 도움이 되기는커녕 발목을 잡고있는 실정입니다. 국내 제약산업은 그간 일괄 약가인하와 기등재 목록 정비 등으로 인해 해마다 2조 5천억원에 달하는 약가인하 손실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2010년 이전과 비교할 때 보험의약품 평균 약가의 20%가 깎이면서 R&D와 해외 진출을 위한 투자 여력이 그만큼 줄어든 상황입니다.
나라의 보험재정은 물론 제약산업의 성쇠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약가제도는 무엇보다 예측 가능성과 적정성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제약기업들이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신약 개발과 해외 진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한 우수 인력의 확보와 R&D 투자 등에 나설 수 있습니다. 정부는 2020년까지 글로벌 50대 제약사 2개 만들기, 글로벌신약 10개 개발 등을 통해 세계 7대 제약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국민들에게 밝힌바 있습니다. 정부가 이같은 꿈을 현실로 만들기위해 여러차례 밝혀온 제약산업 육성·지원 다짐에 걸맞게 이제는 제약기업들이 세계무대를 향해 뛸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실질적인 지원정책이 펼쳐져야 합니다. 특히 그간 보험재정의 눈으로만 제약산업과 약가문제를 바라보며 정책을 펴왔는데 지금이야말로 제약산업을, 산업으로서 인정하고 바라봐주는 시선의 변화가 절실합니다.
마지막으로 보건의료계 전반을 관통하는 건강보험 체계에 대해서도 현재의 상황들을 냉철하게 진단하고, 문제점들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대안을 도출하기 위한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제언을 드립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저부담 저급여’의 기조에서 출발, 급여 측면에서 보장성 확대는 계속돼왔지만 의료계와 병원계, 제약업계 등 공급자들에겐 저수가와 중복적인 약가인하 등 과도한 희생만을 요구해온 측면이 있습니다. 보장율은 지속적으로 높아져왔고, 이 과정에서 공급자들에 대한 통제적 정책만 이어지고 부담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이러한 공급 측면에 대한 규제 일변도 정책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봅니다. 의료, 제약 등 공급자들의 선순환적인 발전을 통해 양질의 의료 서비스 제공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이 될 수 있도록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합리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할 시기가 됐다고 봅니다. 지금이야말로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시 한번 이번 토론회를 마련하신 뉴스토마토 방송사와 오제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님, 그리고 토론에 참여해주신 패널과 방청객 등 오늘 행사에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