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와 바이오벤처가 연이어 글로벌 기술수출에 성공하고 대기업의 공격적 투자가 상품화로 이어지면서 바이오헬스가 대한민국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올해만 8조 가까운 기술수출을 한 데 이어 삼성이 미래 신수종 사업인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이달초 처음 출시했고, 두번째 제품도 허가를 받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시밀러 제조공장도 세운다. 이달초에는 국내 대표 바이오벤처인 바이로메드가 570억원 규모의 첨단 유전자치료 기술 수출계약을 맺었다. 병원들은 세계에 '메이드 바이 코리아' 병원을 세우고 있다.
20년 넘게 '미래 먹거리'로 불린 바이오 산업이 드디어 이름값을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최근 경기침체로 전통 제조산업들이 한꺼번에 위기를 겪는 가운데도 건강에 대한 세계 바이오헬스 시장은 급성장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주력 수출산업인 반도체·화학·자동차가 바이오헬스 시장에 추월되는 시기를 2024년으로 전망해 왔다. 그런데 최근 기업들의 실적발표를 보면 추월 시기가 훨씬 빠를 것이란 예상을 하게 한다. 자동차·중공업·전자 등이 위기징후가 심한 가운데도 제약, 식품, 화장품업계는 선전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철강·조선 등 중후장대 제조업 위주였던 수출 주력산업을 화장품·식료품·유아용품·의류 등 소비재 산업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바이오헬스 산업은 거기서 빼놓았다. 복잡한 규제와 생태계, 긴 R&D 투자기간 때문에 당장 먹거리를 내놓긴 힘들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그러나 그건 최근 집중적으로 나오고 있는 헬스케어 '퀀텀점프' 신호를 제대로 못 봤기 때문이다. 작년 국내 제약업계의 전체 수출액이 1조8000억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미약품이 이뤄낸 일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일인지 알 수 있다. 과거와는 규모나 차원이 다른 도약이 일어나고 있다. 곳곳에서 나오는 헬스케어 '퀀텀점프' 신호를 본격적인 산업 성장으로 엮어가려면 결정적인 열쇠인 '원격의료' 도입이 필요하다. 원격의료는 진료와 건강관리, 웰니스 등을 아우르는 산업을 일으키면서 제약·바이오·건강식품·의료기기·웰니스기기·서비스 등의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 우리나라는 병원의 디지털화나 IT기업의 기술 경쟁력은 글로벌 수준인데, 정책과 규제 수준이 후진적이어서 발목을 잡고 있다. 원격의료 사업을 시작해 해외로 확장하면 헬스케어 해외 수출과 의료관광객 유치, 사후 서비스를 통해 과거에 없던 성장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의료시스템 개혁은 엄청나게 복잡한 퍼즐을 맞추고 거센 반대를 헤쳐가야 하는 일이다. 각 부처가 자기 영역 안에서 감당하려 해서는 답이 없다. 국가 전체가 뛰어들어 집중해야 한다.
미래부, 복지부, 산업부 등은 올해 공동으로 '바이오 미래전략'을 마련, 유전자 치료제 등 태동기 기술을 집중 육성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주로 R&D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이 정도 시도로는 한계가 있다. 국회는 원격의료 관련 법을 통과시켜야 하고, 정부는 바이오헬스 산업에 대한 철학, 출발점을 다시 해서 디지털헬스를 포괄한 바이오헬스케어 육성전략을 만들고 그 핵심에 원격의료를 둬야 한다. 한 부처에서 할 일이 아니라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종합적인 밑그림 그리기, 시범사업,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
퀀텀점프를 국가 성장으로 잇는 기회의 시간은 길지 않을 것이다. 불과 2~3년이다. 그 안에 변화하지 않으면 더는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다음 정권에서 큰 그림을 다시 그리도록 기다릴 여유가 없다. 바로 지금 해야 한다.
안경애 생활과학부 부장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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