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산업의 변화와 새로운 도전

= 변화의 서곡

의약분업은 정부가 개혁차원에서 추진해온 제도로 이를 계기로 의약계는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 것으로 전망된다.
의약품 오남용을 예방하고 의약품의 적정 사용으로 약제비를 절감시키기 위해 시행되는 의약분업은 제약산업이 성장하는데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과 건전한 발전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우선 약가마진 등 경제적 이윤에 따른 의약품 사용이 줄어들고 품질과 치료효과를 기준으로 의약품이 선택될 것이다. 이는 기업경쟁체제가 가격경쟁에서 품질경쟁으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업은 품질개선과 연구개발에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기술개발도 활기를 뛸 것으로 예상된다.
의약품 재분류도 기업경영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다. 일반약이 전문약으로 분류되거나 그 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경우 업체별로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대부분의 의약품이 약국을 통해 소비되는 만큼 약국을 상대로 도매유통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약품물류정보센터와 의약품물류조합 설립 등으로 물류체계와 유통체계에도 크나큰 변화가 예상된다.

◇ 전문·일반의약품의 시장전망
의약분업이 제약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현재 국회에 상정된 약사법 개정안을 토대로 살펴보면, 전문의약품은 시장의 경기 흐름에 그다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 보인다. 그러나 항생제를 중심으로 하는 치료제 시장이 대폭 위축될 것으로 점쳐진다.
병원에서 입원환자에게 직접 투약하는 품목은 영향을 덜 받을 것이다. 그러나 전문치료제로서 약국에서 판매되었으나 병원에서 처방되지 않았던 품목과 일반의약품에서 전문의약품으로 변경된 품목의 매출감소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병원주위에 대형약국들이 개설되고 병원 처방전에 대비하여 의약품 발주를 대폭 확대함으로써 치료제 전문제약사들은 일시적으로 매출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는 가수요에 따른 매출 호황이 반품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 제약사에게 어려움을 가중시킬 여지가 다분하다.
상대적으로 의약분업의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일반의약품은 환자들이 처방전이 없으면 일반의약품을 전혀 구입할 수 없다고 잘못 인식하고, 동네약국의 폐업 증가에 따라 일반의약품의 판매창구가 감소하였으며, 약업계의 자금경색으로 인한 담보요구 등의 변수가 돌발되어 매출이 대폭 감소하였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해소될 것으로 예측된다.

◇ 유통구조의 변화와 대응
상당수의 의약품이 약국을 통해 사용되는 유통구조의 변화와 소품종 다량 구비보다는 다품종 소량구비가 약국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여 도매업이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유통구조개선 노력은 의약품 유통업 자체의 변화뿐만 아니라 의약산업 구조 개편을 가속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다품종 소량 생산 구조를 가진 제약기업들은 그동안 도매업체와의 거래보다는 병원, 약국 등과의 직거래 비중이 높아 과당 물류비용과 가격할인 경쟁으로 수익성이 좋지 않은 실정이다. 물류센터 설립과 의약품 물류정보센터 건립은 의약품 물류체계를 현대화하고 약품대금 지불절차를 개선할 것이며 이는 제약회사의 물류비 절감과 매출채권 회전일을 단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 구조 변화에 따라 의약품의 도매 비중이 증가하게 되면 제약기업의 물류비용이 감소됨과 동시에 기업 간 경쟁 양상이 가격 경쟁에서 품질 경쟁으로 바뀌고 제약사들은 고유의 연구·생산분야에 전념하게 될 것이다.

◇ 신약개발과 기술수출
신약개발분야에서는 당분간 개량신약 개발과 기술수출이 더욱 활성화 될 것이다. 규모나 기술적 측면에서 열세인 국내 제약업계의 여건을 고려할 때, 이미 개발된 신약을 제조방법이나 형태를 달리하여 만든 개량신약의 개발과 특허기술 수출 형태는 혁신적 신약개발의 대안이 되고 있다.
개량신약과 기술수출을 통하여 기업들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의약품에 대한 특허기술의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그 수출규모도 대형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 예상되는 제약업계의 구조변화
의·약·정의 약사법 개정 합의안으로 인하여 제약업체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체조제의 범위가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거친 품목으로 축소되어 대체적으로 국내 제약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외자계 제약사와 대형제약사의 경우 시장 점유율이 더욱더 확대될 것이다.
또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실시할 경우 1건당 5,000-7,0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되고 시험기간도 1년 이상이 걸리며 시험에 필요한 인력이 동원되어야 하는 만큼 경쟁력이 없어 매출이 적은 품목들은 생동성시험을 포기하고 시장에서 퇴출 될 것으로 예견된다.
의약산업은 의약분업 등의 제도적 환경 변화가 가시화되고 유통구조 개선 등으로 매출과 수익성 면에서 제약기업들 사이에 뚜렷한 차별화가 진행될 것이다. 특히 제품인지도, 신약개발 및 마케팅 능력을 갖춘 대형 제약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가의 원료를 이용한 단순 카피 제품을 생산하는 소규모 기업들이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 그러나 비록 중소기업이더라도 우수한 의약품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경쟁력은 오히려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자금력과 제품력이 뛰어난 외국계 제약기업들의 성장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외국계 제약기업의 시장 확대와 국내 의약산업의 경쟁심화로 인하여 국내 제약기업들간의 전략적 제휴, 인수합병, 분사 등이 보다 활성화될 전망이다.
여기에 일부 대기업들이 원료의약품 생산, 신약개발, 바이오 산업 진출 등의 형태로 의약산업에 진출하고 있어 의약산업내의 경쟁구도가 대형 기업들과 핵심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의 재편이 예상된다.

◇ 경영전략의 변화와 대응
결론적으로, 의약분업은 전체적인 의약품 수요의 증가세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볼 때 과도기적 현상이나, 중소제약사의 매출이 감소될 전망이다. 제품간의 구조조정은 급속히 이루어질 것이며 그에 따라 기업 간 구조조정 논의가 수면위로 부상할 수 있다.
다국적 제약사는 제품력이 있는데다가 복잡한 유통구조가 대형화 및 표준화됨에 따라 장기적으로 유리한 영업환경을 맞게 되어 마켓 쉐어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변화하는 제도 환경 내에서 제약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제약산업의 구조조정과 제약기업의 경영혁신과 같은 경쟁력 강화 전략을 개발·추진하여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할 것이다.
제약업계가 주변에서 일고 있는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을 통해 기존의 관행과 가치를 전환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끝.

신 석 우
한국제약협회 전무이사

게재일 : 200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