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장을 지내고 200개가 넘는 제약기업을 회원사로 둔 단체의 회장을 맡고 있다 보니 청년 실업, 젊은이들의 일자리에 관한 얘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겁고 가슴이 저린다. 청년 실업자가 15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공시한 자료를 토대로 상장기업들의 지난해 고용 현황 조사 결과를 보면 예사롭지 않다. 전체 상장 기업의 44%가 지난해 직원을 줄였다. 기계·부품 업종은 3.9%나 감소했다. 조선·해운, 철강·금속, 전기전자·반도체 등 그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수출 주력 업종 대부분도 일자리가 줄었다.
  활로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제약·바이오 업종은 전년보다 3.7%나 고용이 늘어 전체 업종 중 가장 높다. 신약 개발을 선도한 한미약품의 경우, 인력이 2012년 1772명에서 지난해 2095명으로 크게 늘었다. 녹십자도 같은 기간 1394명에서 1872명으로 34%나 증가했다. 신규 채용의 절반 이상은 석·박사 등 고학력 R&D 전문인력이었다. 국내 제약산업이 작년 한 해 동안 약 9조3000억원의 대규모 신약개발 기술을 수출하고, 5건의 신약개발 성과를 일궈낸 것의 원동력이 이들이었다. 작년 한국 전체의 수출액이 전년에 비해 7.4%나 줄어드는 악조건 속에서도 의약품 수출액은 32.6%나 급증했다.

제약산업은 고령화사회에서 국민건강 증진과 경제 성장,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창조경제의 핵심산업이다. 하지만 한미약품 사례에서 보듯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려면 연구팀이 10년 이상 매달리고,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어야만 실낱같은 대박의 가능성이 생긴다. 이 때문에 제약기업이 뚝심 있게 신약 개발을 추진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

한국 경제가 구조조정과 실직 등 침체의 골짜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지난해 성과에서 보듯 제약산업은 경제 회생의 돌파구를 여는 대표적인 산업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제약산업을 신(新)산업 세제 금융지원 대상으로 지정하고, 조세감면 확대와 신약 가치의 약값 반영 등을 통해 제약업계가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렇게만 되면 제약·바이오산업이 안으로는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글로벌 무대에서는 국부(國富) 창출로 보답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