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 급속 시장 잠식으로
국내 제약기업 고사 우려
한국제약협회(회장 김정수)는 최근 전국 병·의원 원장에게 "의약분업 시대에도 국내 제약산업에 대한 애정과 후원을 변함 없이 보내달라"는 요지의 호소문을 발송했다.
제약협회가 김정수 회장 명의로 직접 전국 의료인에게 호소를 하게 된 것은 한마디로 다국적 기업의 급속한 국내시장 점유율 확대로 국내제약업계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사실 의약분업이 본격 시행되면서 국내 시장 경쟁 구도가 다국적 제약기업과 국내 제약기업간의 Win-Win 경쟁 체제로 바뀌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선진 다국적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취약한 국내 업체가 만든 의약품이 의료인들의 처방전 발행에서 소홀히 취급받게 되면 국내 제약업계는 존립기반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제약업계에 팽배해 있는 위기감의 실체이다. 따라서 품질과 효능·효과에서 차이가 없는 만큼 우리 약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즉 의약품을 인지도 측면이 아닌 품질과 효능효과로 선택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이는 국내 제약기업의 기술수준, 그리고 의약품의 품질과 효능 효과가 세계 유수의 다국적제약사의 제품과 견주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국내 제약기업들이 우려하는 다국적 기업의 국내 시장 잠식은 의약분업이 실시된 지난해 매출실적에서 잘 나타났다. 국내 진출한 30여 개 다국적제약기업들은 막강한 자금력과 브랜드 파워, 선진 경영기법을 바탕으로 3-40%의 성장을 하는 한편 국내시장 점유율도 대폭 신장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약협회는 이와같은 추세로 간다면 우리나라도 대만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본과 우리나라를 제외한 동남아시아 모든 나라의 의약품시장은 현재 다국적제약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대만은 지난 98년 의약분업 시행을 기점으로 일반의약품 시장 10%를 제외한 모든 의약품 시장이 다국적제약기업으로 넘어갔고 의약품 가격도 3배 이상 오른 것으로 제약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제약협회는 국내 제약기업이 의료계 인사들로부터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에 힘입어 오늘날과 같은 성장을 할 수 있었다고 전제하고 앞으로도 신뢰와 애정을 보내주어야 성장, 발전할 수 있으며 그렇게 되어야만 의약품 식민지화도 방지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신약을 창제하고 기술을 수출하는 등 제약선진화를 위한 노력을 우리나라 의료계가 평가해줄 떄 의약품 가격의 폭등을 막고 국민의 의료비를 경감할 수 있으며, 국내 제약기업이 미래 국가전략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제약계가 호소하는 배경으로 해석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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