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협회에서 50개 이사사 전원을 포함한 100여개 이상 회원 제약사 대표 서명을 첨부한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사업 관련 호소문"을 1월 20일 보건복지가족부에 제출하였습니다
호소문(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사업 관련)
세계경제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기침체 역시 빠르게 확산되는 양상입니다. 기업들의 생산과 수출이 급감하고 있으며 일자리도 그만큼 줄어들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를 전시상황으로 규정하고 국가의 모든 역량을 경제살리기에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제약업계 앞에는 전대미문의 경제위기와 맞물린 또 하나의 난관이 가로놓여 있습니다. 기업의 수용한계를 넘어서는 대폭적인 약가인하의 단행입니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도입한 선별등재제도의 일환으로 실시중인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 시범사업으로 고지혈증 치료제의 약값이 1~2개월 내에 품목별 최고 35%까지 인하될 예정입니다. 이를 출발점으로 건강보험에 등재된 의약품의 가격이 5년에 걸쳐 줄줄이 인하될 운명입니다.
이중고에 직면한 제약업계는 정부의 비상조치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우리경제가 호전될 때까지 시범평가를 포함한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사업을 일단 유보하여 제약기업의 경제위기 대응능력을 높여 주시기 바랍니다. 어려운 제약업계의 상황을 십분 감안하여 주실 것을 호소합니다.
위기극복의 자신감과 성장 잠재력 상실이 우려됩니다.
2009년은 우리 국민은 물론, 제약업계에도 가장 힘든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원료 및 부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제약업계는 환율급등으로 연간 7천억원 규모의 원가인상 압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 선진 GMP 설비투자비용이 원자재 가격인상․환율폭등으로 당초 계획보다 훨씬 더 소요되고 있는 것도 큰 부담입니다. 또한 기존 약가재평가, 약가 사후조사, 특허만료의약품 가격인하 등 의약품 가격인하로 발생되는 수익의 감소, 여기에다 요양기관의 환자 수가 급감하고 있으며 도매업소의 연쇄부도 공포마저 엄습하고 있어 자금경색이 심화되고 있는 위기상황입니다.
정부에서는 지금 기업회생과 규제개혁, 그리고 경기부양을 위해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제약업계에 대해서만은 대폭적인 약가인하의 고통을 요구하고 있는 바, 이는 시의에도 맞지 않거니와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취업유발계수가 높은 제약산업의 경영위기는 의약품 수출입업소와 도매업소, 그리고 생산설비와 포장기자재 등 관련 후방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특히 고용유지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범정부 차원의 정책방향과도 배치된다고 봅니다.
경제성평가는 가격결정의 절대적 잣대가 될 수 없습니다.
시범사업으로 진행된 고지혈증 치료제의 경제성평가결과는 많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평가지표의 한계 등으로 비용 효과적이지 못한 의약품의 퇴출 목적을 제대로 달성할 수 없었습니다. 품목 구조조정을 통해 제약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던 정책이 결과적으로 약가인하를 통해 경쟁력 있는 기업마저 위기에 빠뜨리게 될 것입니다. 또한 평가 결과 비급여 전환되는 품목으로 인하여 국민의 건강권이 위협 받을 수 있으며 비급여 품목으로 인한 국민 부담이 증가될 수 있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정책적 판단을 개입시켜 대다수의 고지혈증 약제를 가상의 일정 약가수준(838원)으로 인하하는데 있어서도 제약사별로 차별적이고 불평등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경제성평가에 따른 비용효과성을 의약품 가격결정의 유일한 잣대로 삼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에도 귀를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같이 학문적 논란이 분분한 경제성평가결과를 행정행위의 절대적 기준으로 삼는 것은 국가정책의 신뢰성과 일관성을 해칠 수 있습니다.
경제성평가를 제대로 하기 위한 인프라구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시범사업을 통해 우리가 얻은 교훈은 경제성평가를 국가정책에 직접 적용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입니다. 또한 단일보험체계인 우리나라 보험시장의 특성과 차이를 고려하여 경제성평가제도를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데 충분한 시간과 경험, 그리고 관련 데이터의 축적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특히 관련 전문가 부족현상을 극복해야 하고 우리사회의 의료수준과 해당질병의 치료관행, 전반적 생활환경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한 우리나라의 지표값(효용가중치)을 설정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경제성평가 사업을 현행대로 강행한다면 다국적 제약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자본력이 떨어지는 국내 신약개발 제약사마저 R&D투자여력을 상실하고 그동안 쌓아온 신약개발 잠재력을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국민의 의약품 해외 의존도를 높이고 건강보험재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존경하는 전재희 장관님!
국가적 경제위기 상황에서 한편으로는 건강보험재정 안정을 위해 힘쓰시고 또 한편으로는 제약산업을 국가신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하시는 장관님의 고충을 우리 제약업계는 십분 이해합니다. 우리 제약업계는 2009년을 R&D확충, 투명성제고, 수출촉진에 매진하는 한해로 설정하고 혼신의 힘을 다할 것입니다. 업계 종사자들이 다시 한번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장관님의 사려깊은 배려 부탁드립니다.
2009. 1.
한국제약협회 회원사 대표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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