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의 대응전략 필요한 한국제약산업

 국내 의약품 시장은 의약분업을 계기로 다국적제약기업들의 공략 대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완제의약품 수입도 늘고 있어 국내 제약업계는 국내시장 점유율 고수 못지 않게 해외시장 진출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 발표에 따르면 다국적기업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98년 22%에서 99년 25%로 높아졌으며 의약분업을 계기로 급성장한 2000년에는 점유율 증가추세가 더욱 가속화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제약협회가 상위권에 있는 국내 제약사와 다국적제약기업 5개사의 2000년도 매출 신장률을 집계한 결과 국내 기업은 평균 14% 성장한 반면 다국적제약기업은 평균 36%로 세 배 이상 성장했다.

완제의약품의 수입도 크게 늘고 있다. 98년 1억9천 달러에서 99년 2억6천 달러로 37%, 2000년 4억9백 달러로 전년대비 55% 증가했다. 이는 4조8천억 원으로 추정되는 국내의약품 시장규모의 1/10을 육박하는 수치이다. 반면 수출실적은 98년 1억5천 달러, 99년 1억8천 달러, 2000년 2억7백 달러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수입 완제의약품이 급증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99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수입의약품의 보험등재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의약분업 이후 고가의 우수 신약이 급속하게 쏟아져 들어온 것도 크게 작용했다. 보건산업진흥원의 발표에 따르면 99년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허가한 62개 신약 중 39품목이, 2000년 허가한 87개 신약 중 57품목이 모두 다국적기업의 수입 신약이었다.

수입의약품을 비롯한 다국적기업의 제품 급증 추세는 선진 제약기업들이 미국·유럽상공회의소 등을 통해 통상 장애요인의 제거와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함에 따라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제약기업이 거대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의약품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여기에 다국적기업의 공략도 거세기 때문이다. 또한 의약품 수출입 구조의 균형, 외자기업의 국내시장 점유율에 상당하는 해외시장 확보를 통해 밸런스가 이루어져야 국내 제약산업이 견고한 발전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시장 개척은 국내시장에서 보다 더 많은 난관이 있다. 우리나라 제약기업은 선진기업의 거대자본과 기술적 우위, 그리고 뛰어난 마케팅력과 맞서 경쟁해야 하며 중국·인도의 저가공세도 이겨내야 한다. 원료공급자로 아시아 국가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우리나라의 경쟁 상대국인 중국, 인도의 경우 국가기간산업으로 제약산업을 육성하고 있으며, 저임금을 장점으로 원료의약품 및 중간체를 제조하고 있다.


해외시장진출 활성화의 전제조건

제약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의 목적은 틈새 기술 개발을 통한 틈새시장 확보에 있다. 선진 제약기업의 국내시장진출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제약기업의 다국적기업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국내시장, 해외시장 구분 없이 선진 제약기업과 무한경쟁을 벌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국내 제약기업은 선진 제약기업에 비해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연구개발투자가 매우 저조한 실정이므로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하는 것이 해외진출의 선결과제가 되고 있다.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품목을 개발하여 선진국에 진입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틈새시장 공략을 위한 제품개발이 요구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기술력 행상이다. 이를 위해서는 R&D 투자 비율을 매출액 대비 10%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제약산업의 시장구조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의약품 가격관리제도의 적절한 운용도 빼놓을 수 없다. 첨단기술과 우수의약품 시설기준을 갖춘 업체의 제품과 영세업체 제품의 가격이 동일한 가격관리제도는 필연적으로 과잉생산, 과당경쟁구조를 낳는다. 이는 기술경쟁력보다 판매경쟁력을 중시하게 돼 R&D투자를 소홀히 하고 동시에 국제 마케팅 능력도 배양하지 못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익을 창출하고 이를 연구개발투자에 연결할 수 있는 합리적인 약가관리체계를 운용하는 것 또한 제약기업의 활발한 해외시장 진출의 우선과제다.

제약기업 최고경영자의 수출의지가 확고해야 할 것이며 수출 부서 조직을 전문화 체계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아가 해외시장 정보조사를 철저히 하고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국산의약품의 품질을 인정해주는 해외 바이어가 점차 늘고 있다고 하지만 홍보부족으로 과거의 인식을 바꾸지 않는 바이어도 많기 때문이다.

의약품 수출 및 시장 다각화 전략

선진 제약기업의 대자본과 기술력 그리고 M&A에 기초한 직접 마케팅 전략, 그리고 후발개도국의 품질향상과 저가 공세의 사면초가에 처한 우리 제약기업이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에서 선진 제약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해외시장진출에 노력을 집중함으로써 어떻게 이를 극복하고 수출을 증진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우선 국제마케팅 능력을 제고할 수 있는 무역 인프라의 구축이시급하다. 국제 전시·국제 마케팅 전문인력, 정보화 등의 무역 인프라 미흡은 무역가도를 달리고자 하는 우리 업계의 발목을 잡는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기업의 인적, 조직적 국제화를 추진하여 세계 제약산업의 정보와 노하우에 대한 지식을 축적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세계 제약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와함께 제약기업의 특화, 전문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국내시장의 과당경쟁은 특화된 제약기업이 적다는데 있다. 이는 해외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전문기업이 아닌 경우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이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화된 제품이 없다면, 세계시장에 나설 수 없음은 물론 이제 국내시장에서조차 발붙일 곳을 잃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세계 시장에서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양으로 승부하던 일반제품은 후발 개도국의 저가공세에 더 이상 버틸 수 없고, 국내시장에서도 의약분업 시행 이후 오리지널제품, 브랜드제품 위주로 처방전이 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력이 취약한 기술은 과감히 수출하고 대신 첨단산업기술을 도입하는 전략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첨단기술의 도입 또는 연구 개발 쪽으로 이행되어야 제2의 기술도약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동남아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되어 있는 수출시장을 중남미, 동유럽 등으로 더욱 확대하는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이 전개되어야 한다. 해외시장을 잉여제품을 처리하는 보조시장으로 간주하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탈피하여 철저한 시장 분석과 해회시장에 맞는 제품개발을 통해 수출판매전략을 적극 전개해야 한다. 나아가 진출지역 시장관리는 물론 지역산업과의 협동적 관계를 이루기 위해 지역특성에 맞는 마케팅기법을 개발하고 교육함으로써 시장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해외 제약기업과의 기술제휴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제약산업의 정보 인프라도 구축해야 한다. 전자상거래는 기존의 무역관행을 급속도로 변화시키며 무역거래가 투명해지고 구매단위당 원가가 감소해 제품의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게 될 것이다. 무역거래에 필요한 모든 자료들이 인터넷상에서 제공되고 각 기업들은 자사에 필요한 최적의 조건을 제시한 업체와 무역거래를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기업간 전자상거래(B2B)는 무역거래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잡을 것이다.

취약한 기술을 보완하고 경쟁력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국내업체끼리의 상호보완적 관계가 유지되어야 한다. 국산 원료의약품을 공동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국내 시장의 경쟁격화로 많은 제약기업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또 일부 상위 제약기업은 독일 등 선진국으로 완제의약품을 역수출함으로써 한국 의약품도 얼마든지 선진국에 수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제약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이 더욱 활기있게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끝.